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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내린장수가 무엇을 할수있나?낙서장 2020. 2. 7. 08:32
종로가 중요한 것 아니다, 장수가 질까 봐 피하면 그 군대는 어찌 되나
도전 모험 희생 결기 없이 무능 무도한 정권에 대한 민심의 심판 이끌 수 있나
황교안 대표에게 가장 궁금한 것은 그가 나라를 구하기 위해 나선 것인지, 아니면 대통령 자리에 올라보겠다고 정치를 하는지다. 이 두 가지 마음은 평상시엔 같이 갈 수 있다. 그런데 결국엔 '내겐 큰 위험이지만 나라를 위하는 길'과 '내겐 위험이 없어도 나라에 피해가 되는 길'이 갈라지는 지점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지금 황 대표는 그 갈림길에 서 있다. 황 대표 주변의 얘기를 들어보니 거의 공통적으로 '나라를 구하려는 충정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갈림길에서 황 대표는 자신에게는 위험하나 나라를 구하는 길로 서슴없이 걸어가야 한다. 지금 황 대표는 그렇게 하고 있나.
정치부 초년병 기자 시절부터 거의 30년간 많은 정치인을 봐 왔다. 정치인들은 크게 세 부류가 있었다. 황룡(黃龍)형, 이무기형, 생계형이다. 의원 배지 단 것을 출세나 입신양명으로 여기고 이를 지키려 아등바등하는 90%의 정치인은 대부분 생계형이다. 나머지 10%는 대통령 꿈을 가진 정치인이다. 이들 중 대통령까지 된 황룡형과 승천을 못 한 이무기형의 운명을 가른 것은 무엇이었을까. 필자는 그것은 '모든 것을 걸고 도전하고 모험한 사람'과 '모험해야 할 때 안주한 사람'의 차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승만은 인생 전체가 도전과 모험이었다. 박정희는 5·16 군사혁명을 일으켰다. 전두환은 그 평가는 별개로 하고 12·12 군사정변의 모험을 감행했다. 노태우는 6·29 직선제 개헌의 모험에 나섰고, 김영삼·김대중의 목숨을 건 도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노무현은 모두가 안 된다는 곳에서 혼자 머리를 부딪치는 도전을 거듭했다. 이명박의 청계천 복원과 버스 중앙차로제는 많은 비판과 커다란 우려 속에 감행한 모험이었다. 박근혜는 서울에서 당 지지율이 민주당의 10분의 1로 추락해 완전히 절망적인 상태에서 당대표직을 수락했다. 이들은 잘못하면 실제 죽음을 맞을 수도 있는 모험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최소한 정치 생명은 끝나는 도전이었다.
리더는 '모험하는 사람'이다. 기업 오너가 유고(有故)가 되면 중요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 모험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처칠이 "히틀러와 싸우자"고 나선 것은 모험이었다. 영국의 대다수 정치인은 '협상하자'였다. 하지만 해야만 하는 모험이라면 마다하지 않겠다는 리더가 나타나자 패배의식과 전쟁 공포에 젖어있던 영국 국민은 일어섰다.
모험은 누가 봐도 잘 안 될 것 같은 일에 도전하는 것이다. 국민은 그런 모험을 하는 사람을 주시하기 마련이다. 그의 성공에 감동을 느낀다. 때로는 그의 실패에서도 감동을 느낀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런 사람이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고, 또 그래야 한다.
황 대표가 서울 종로 출마를 주저하고 있다고 한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여론조사에서 크게 뒤지는 것으로 공개되니 다른 곳을 알아본다는 것이다. 종로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장수가 꼬리를 내리면 그의 군대는 어떻게 되나. 지금은 야당 대표가 종로보다 더 어려운 지역도 마다하지 않아야 할 비상 시국이다. 국민은 황 대표의 그 도전과 모험에서 '리더십'을 느낀다. 그런데 모험 대신 어디 적당한 곳에서 안주하려고 한다. 그런 장수가 한 부대가 아니라 나라 전체의 대장이 되겠다고 한다. 될 수도 없을뿐더러 되어서도 안 된다.
지금 황 대표는 이 중대한 시국을 이끄는 야당 대표다운 존재감이 부족하다. 모험 없이 공무원처럼 정치를 해왔기 때문이다. 정치를 시작한 이후 한두 번의 중요한 고비가 있었는데 모두 모험을 피해 안주했다. 어쩌면 여론조사 결과가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온 지금이 황 대표에게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다. 이런 모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정치인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현 정권은 이번 총선에서 민심의 매를 맞아야 한다. 3년 가까운 임기 동안 한 일은 정치 보복, 소득 주도 성장과 탈원전 재앙, 민노총 행패,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내로남불, 김정은 대변인, 비핵화 쇼, 몇 십조 세금 선심, 노인 세금 알바와 국가부채 폭증, 30~40대 일자리 격감, 각종 기금 고갈, 공공 개혁 역주행, 희대의 파렴치 인물 법무장관 기용, 연속된 엉터리 인사, 탄핵 감인 선거 공작, 그 공작 수사 검사들 인사 학살, 제 편 비리 공무원 비호, 게임의 룰인 선거법 강제 변경, 국민 건강보다 중국 눈치 보기 등이다. 이런 정권이 낙제점이 아니라 우등 성적표를 받으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나. 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나라가 제대로 설 수 없다. 여야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선거는 4년마다 하는 그런 총선이 아니다.
황 대표는 민심의 심판을 이끌고 가야 할 무거운 책임이 있다. 그 책무가 먼저이고 대통령은 다음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희생하는 결기와 의연함은 필수다. 그런데 지금 황 대표 주변에선 '이번 선거는 무조건 이긴다' '그러니 괜히 손해 보는 일 할 필요 없다'는 주장들이 무성하다고 한다. "이번 선거는 무조건 이긴다. 너무 이기는 것도 좋지 않다." 박근혜 정부 몰락을 부른 4년 전 총선 때 한국당이 했던 말이다.
2020년 2월 6일 조선일보 양항훈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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