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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잘사는 나라'로 쓰고 '내 편 챙기기'라 읽는다낙서장 2020. 2. 6. 07:49
'모두 잘사는 나라'로 쓰고 '내 편 챙기기'라 읽는다
'타다' 이어 '배달의 민족' 때리기… 집권당이 앞장서 혁신 짓밟고
국정 목표는 단 하나, '기득권 연장'… 이젠 계층 선동 발언도 서슴지 않아
'배달의 민족'은 청년 10여 명이 단돈 3000만원으로 음식 배달 사업을 시작한 지 9년여 만에 기업 가치를 4조8000억원으로 불렸다. 16만배 성장이다. 규제의 나라 한국에서 이런 기업이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랍다.
부모에게서 자산을 물려받은 금수저도 아니고 소위 명문대 출신도 아닌 보통 청년들이 이 일을 해냈다. 이들은 동네 음식점들이 아파트에 뿌린 전단을 줍는 것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쓰레기통까지 뒤져 수만장을 모은 뒤 전단에 적힌 광고 문구와 소비자가 인터넷에 올리는 음식점 평가를 일일이 컴퓨터에 입력했다. 거리에 널려 있는 정보를 수집하는 단순 작업이었지만 이것에 인공지능을 응용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음식점의 거짓·과장 광고를 실시간 식별해낼 뿐 아니라 소비자들이 쓰는 엉터리 평가까지도 걸러내는 기술이다. 이 회사를 독일 자본이 40억달러를 주고 사겠다고 나섰다.
그런데 이들이 피땀 흘려 거둔 성취를 가만 놔두지 않겠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깃발을 들고 민노총과 시민단체 등이 가세해 '배달의 민족' 인수합병을 반대하고 나섰다. 음식 배달 시장 1등을 때려 반대편에서 많은 표를 얻겠다는 계산이다. 민주당은 택시업계 표를 잡으려고 '타다 금지법'까지 만들었는데 또 비슷한 일을 벌이고 있다. 나라 경제를 이끄는 여당이 신산업 개척자들을 돕지는 못할망정 주저앉히지 못해 안달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년 8개월간 혁신 성장을 외치며 별의별 이벤트를 다 했지만 모두가 보여주기 쇼였고 뒤로는 혁신의 싹이 생기는 족족 잘라냈다. 혁신이 정권에 주는 표보다 혁신의 반대쪽 표가 더 많기 때문이다.
이 정부는 늘 이런 식이었다.
'모두가 잘사는 나라' 같은, 현실이 아닌 관념 속에나 존재하는 세상을 외치면서 실제로 해온 일은 '내 편 챙기기'뿐이었다. 재정·세제·고용을 망라한 대부분 정책이 그 기본 목적을 제쳐두고 기득권 연장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한 도구로 이용됐다. 개인과 기업의 경제 자유를 넓히는 게 아니라 자꾸만 속박했다. 청와대와 여당이 기득권 연장에만 혈안이니 내놓는 정책마다 편향·결함으로 가득 차 실패와 부작용을 초래했고 가난한 사람, 약자일수록 더 큰 고통을 받았다. 과도한 국가 개입으로 경제는 작동 원리마저 고장 나 2%대 저성장이 고착될 위기다. "제발 기(氣) 좀 죽이지 말아달라"고 읍소하며 정부의 변화를 기다려온 기업들은 이제 정권의 본질을 확신하고는 숨소리도 내지 않으려 한다. 이 상황이 길어지면 기업들은 자유와 시장을 찾아 한국을 떠날 것이다.
항간에는 "정부가 중국식 경제 모델을 추구한다"느니 "사회주의 경제로 개조하려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중국식으로 가겠다면 왜 화웨이·샤오미 같은 IT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펄펄 날게 하는 중국과는 정반대로 혁신을 짓밟나. '모두가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정부가 어떤 이유에서 소득 격차의 근본 해법인 일자리 낳는 기업을 괴롭히고 강성·귀족 노조만 떠받드는지 알 수 없다.
무슨 거창한 가치관이나 노선이 있는 사람들 같지도 않다. 과거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그들의 행태에선 기득권 지키기를 위한 탐욕과 독 선만 보인다. 시간이 갈수록 '비정상(非正常)'이 '정상'을 내치고 지배하려는 시도가 노골적이고 거칠어지고 있다. '주택 거래 허가제' '부동산 공유제' 같은 중·하위층 다수를 선동하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다. 그들이 노려온 목적이 성공 단계에 이르렀다는 자신감의 표출이거나, 아니면 반대로 실패 직전에 발버둥치는 것, 둘 중 하나다. 아마도 후자일 것이다.
2020년 2월 6일 조선일보 윤영신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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