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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 년에 세 번 좌천 인사
    스크랩된 좋은글들 2020. 10. 16. 06:52

    1981년 저질 연탄 사건은 정권의 ‘검찰 학살 인사’ 사례로 회자된다. 서울지검 특수부가 연탄에 불량 재료를 첨가해 폭리를 취한 제조사 대표들을 구속했다. 대통령은 서울지검장을 격려하면서 ‘배후 공무원도 수사하라’고 했다. 그런데 수사 칼날이 정권 실세들에 미치자 달라졌다. 검찰총장을 날리고 수사 검사들을 모조리 한직으로 쫓아냈다. 청와대 오더를 받은 법무장관은 “경제 관련 수사는 승인받으라”고 했다.

    ▶그 뒤 정권들도 자기들 뜻을 거스른 검사들에게 ‘뒤끝’을 보인 일이 적지 않다. 검찰 간부가 법무연수원 교재에 “(정권은) 반드시 인사로 보복한다”고 썼을 정도다. 그래도 드러내놓고 보복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여론 눈치도 살피고 대통령들 스스로도 권한 행사를 자제할 줄 알았다. 한때 좌천됐던 검사가 나중에 요직으로 복귀해 정권 비리를 수사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이 정권은 다르다. 대통령은 권력을 자제할 줄 모르고 ‘검찰총장 사전 협의’ 등 인사 원칙은 모두 무너졌다. 검사들 필수 보직 기간 1년을 보장하겠다고 해놓고선 6개월이 멀다하고 정권 비리 수사팀을 공중분해시키고 자기 편 검사들을 요직에 심었다. 인사 기준은 오직 하나, ‘우리 편이냐, 아니냐'뿐이다. 밉보여 쫓겨난 검사가 하도 많아 수사 능력으로 치면 대검·서울중앙지검보다 법무연수원이나 제주지검이 더 나을 정도라고 한다. 말 다했다. 올해 있었던 학살 인사로 검사 35명이 좌천되거나 옷을 벗었다고 한다. 실제론 훨씬 많을 것이다. 이게 이들의 ‘검찰 개혁’이다.

     

    ▶그제 추미애 법무장관이 한동훈 검사장을 법무연수원 충북 진천 본원에서 근무시키라고 지시했다. 인사철도 아닌데 한 검사장만 콕 집어 발령냈다. 조국과 유재수를 수사했다고 올 초 부산고검으로 날리더니, 있지도 않은 ‘검·언 유착’을 했다며 연수원 용인 분원으로 다시 쫓아냈다. 이번엔 언론에 추 장관을 비판한 때문이라고 한다. 치졸하기 짝이 없다. ‘일 년에 세 번 좌천’은 독재 시절에도 없던 신기록이다. 아마 세계신기록일 것이다. 한 검사장은 전 정권을 수사할 때는 이 정권에 의해 무슨 ‘영웅’처럼 떠받들어졌다.

     

    ▶요즘 정권에 의해 ‘검찰 개혁’된 애완견 검사들이 정권 실세들이 연루된 ‘펀드 게이트’를 덮고 조작한 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비슷한 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권불십년(權不十年)이다. 절대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고 역사는 돌고 돈다. 저질 연탄 사건 때 검찰 학살 인사를 했던 정권 사람들은 결국 줄줄이 감옥 신세를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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