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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야할까?낙서장 2021. 3. 23. 06:54
오늘 우연히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나희필 장군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다. 1968년경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전방시찰을 마치고 육군의 군단장 이상 주요 지휘관들을 위한 만찬 파티를 춘천에서 베풀었다. 이날 만찬장에는 위로는 국방장관에서부터 대장, 중장 등 육군 고위급 장성들이 참석했는데 그 중에는 나희필 준장이 자신의 부대 운영에 대한보고를 대통령에게 직접 할수 있는 영광을 얻었다. 보고가 끝나자 박 대통령은 나희필 장군에게 사단운영에 탁월한 지휘력을 발휘한데 대해서 높이 치하 한다면서 매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이 모습을 본 군 고위급 장성들은 이제 나희필 준장이 드디어 8년만에 소장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모두들 기뻐했다. 박 대통령은 술잔을 들더니 장관과 대장 중장도 다 지나치고 나희필 준장에게 그 술잔을 권하면서 사단운영을 훌륭하게 잘했다는 격려와 함께 "축하의 술잔이요." 하면서 손수 잔을 권했다. 나 장군이 입을 열었다. "대통령 각하 저에게는 술 대신 콜라 나 사이다를 주십시오. 저는 술을 못합니다." 일언지하에 대통령의 축하 술잔을 거부해 버리자 박정희 대통령은 나 장군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이 순간을 지켜봤던 한 장군은 이렇게 회고했다. "마치 폭탄이 터지고 난후의 엄청난 정적속에 잠겼다." 대통령의 굳은 표정을 본 국방장관이 순간 벌떡 일어나 "각하 나 장군은 원래 술을 못합니다. 그 잔은 제가 대신 받겠습니다." 하고 잔을 뺏다시피 하여 단숨에 마셔 버렸다. 대통령의 체면손상. 그 위기의 순간을 국방장관의 기지로 일단 넘어갔지만 만찬장 분위기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되고 말았다.
만찬이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난 대통령은 의기소침해 있던 나 장군에게 다가가더니 "니가 진짜 기독교인이다" 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만찬장을 나가 버렸다. 국빈 만찬에서도 건배의 순서는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순서로 진행된다. 아마 박정희 대통령이 공식 만찬석상에서 축배를 거절당한 예는 이때가 아마도 처음이요 마지막이라고 예측해 볼수있다.
이날 만찬이 끝났을 때 박종규 경호실장이 나희필 장군에게 다가와 "선배님 해도 너무했습니다. 꼭 그렇게 각하에게 망신을 주어야합니까? 국군의 통수권자요 대통령으로서 손수 축하의 술잔을 권하면 정중히 받아서 입잔이라도 하는 척해야 되는것 아닙니까? 경호실장으로서 그 순간의 초조함과 고뇌가 어떠했는지를 짐작할수 있다.
대통령이 떠나간후 선배 장군들이 나 장군에게 찾아와 너무 경솔했다는 질책을 했다. "이 사람아 별을 하나 더 달수 있는 하늘이 준 기회인데 왜 그렇게 미련한 짓을 했어. 내일 일찍 책상 정리나 하게." 군복을 벗을 것으로 생각한 나 장군은 다음날 책상 정리를 끝내고 상부의 명령을 기다렸다. 그러나 문책은 오지 않고 오히려 별을 하나 더 달고 소장으로 진급, 육군본부 작전참모 부장으로 영전되었고 다시 3군 사령부 창설의 중요한 임무를 담당했다.
이 기사를 읽어보는 순간 우리 친구가 생각났다. 1968년 대학을 졸업하고 앞으로 사회생활을 하려면 좋은 친구를 갖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 내가 친구들과 의기 투합하여 전기과 모임이라 만들었다가 산하회 모임으로 개명하여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 19로 인해 모임을 자재하고 있지만 그전까지는 정기적으로 모임을 하고 있었다. 그 모임에 유일하게 잘하던 술을 딱 끊은 친구가 있다.
그 친구를 생각해보며 내 자신을 돌아본다. 나는 믿음이 있는가? 왕초보 신자이긴 하지만 하나님은 계신다고 믿고 있다. 비록 다른 사람들을 설득시킬 자신은 없지만 내 자신은 그렇게 믿고 있다. 혼자 있을 때도 하나님이 나를 보고 계신다는 생각 때문에 양심에 꺼리는 일을 할 수가 없어 부자연 스럽게 느낄 때도 있지만 그 순간을 넘기면 찬양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 항상 마음속으로 양심의 소리를 듣고 남아 있는 삶을 살아 가야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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