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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李에겐 있는데 尹에겐 없는 것
    스크랩된 좋은글들 2022. 1. 6. 08:21

    李 측과 尹 측의 가장 큰 차이는  절박감.  절박하지 않은 사람은 막대기만 꽂아도 되는
    선거 구도에서도 질 수 있다

     

     

    민주당은 ‘선거에 지면 죽는’ 당이다. 한국에서 선거에 진다고 죽을 일이 없지만 민주당 상당수 사람들은 그런 피해 의식에 빠져 있다. 자신들이 선거에 이긴 뒤에 진 쪽을 그야말로 ‘죽였던’ 전과가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대표가 정권이 바뀌면 ‘문재인 대통령을 지킬 수 없다’고 했다. 노무현처럼 된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 실세였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감옥에 들어가며 ‘문 대통령을 지켜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을 지켜달라고 했지만 그 말엔 선거에 지면 ‘우리 모두 죽는다’는 절박감이 담겨 있다. 실제 작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관계자들은 입버릇처럼 “지면 죽는다”고 했고, 심지어는 문 대통령 지시를 따랐던 일부 군 관계자들도 ‘안 죽으려면 1번을 찍어야 한다’는 말들을 했다고 한다.

     

    국민의힘에도 선거에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지면 죽는다’는 절박감을 가진 사람은 별로 보지 못했다.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의 생각을 평균 낸다면 ‘이겨야 하는데 참…’이거나 ‘이겼으면 정말 좋겠다’는 정도인 것 같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도 선거에 대한 열의에는 편차가 많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적어도 핵심들 사이에는 절박감이 공유되고 있다. 그 절박감은 민주당 이재명 선대위의 일사불란과 ‘내부 분규 일절 없음’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내부라도 이견과 충돌이 없을 리 없지만 아무도 이를 밖으로 표출하지 않는다. 배가 침몰하면 다 죽는다는 생각을 가진 선원들은 누가 배에 구멍을 냈든 먼저 그 구멍부터 막고 본다.

     

    국민의힘이라는 배에 구멍이 나면 구멍을 막기보다 ‘저 사람이 구멍을 냈다’고 확성기로 외치기 바쁘다. 당대표가 든 확성기가 가장 크다. 선거 핵심들 사이의 분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진다. 민주당 후보의 문제는 100이 10으로 줄고, 국민의힘 후보의 문제는 10이 100으로 커진다. 우리 대선 역사상 이런 내부 난맥상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핵심들 사이에 공유된 절박감이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이재명 후보의 손을 잡고 다니는 것은 이 후보가 좋아서라기보다는 진영 전체의 절박감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경선에 나왔던 사람들은 대선 승리보다 자기 이익 계산을 하고 있다.

     

    심지어는 윤석열 후보 스스로 어떤 절박감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절박감이 있는지는 그 사람이 ‘자존심’을 내세우는지를 보면 안다. 절박감이 있는 사람은 누가 어떤 말을 해도 그 앞에 고개를 숙이고 “도와달라”고 한다. 절박감이 없는 사람은 자기 생각과 다르면 화를 낸다. 누가 “후보는 연기를 하라”고 했을 때 절박한 사람은 ‘연기가 아니라 그 이상도 하겠다’고 하고, 절박하지 않은 사람은 무시당했다고 생각한다. 절박한 사람은 천 길 낭떠러지를 건너야만 한다면 무너지기 직전의 다리라도 죽을 각오를 하고 건넌다. 절박하지 않은 사람은 안전한 길을 찾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DJP 연대를 위해 김종필 전 총리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게 절박감이다.

     

    이번 선거는 야당이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될 것이란 말이 있었다. 다른 사람이 아닌 민주당 사람에게서 들은 얘기다. 근거 없는 소리가 아니다. 부산경남 출신이 아닌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것은 김대중밖에 없는데 그때도 만약 제3후보 이인제가 부산경남에서 무려 30%를 가져가지 않았다면 김대중은 낙선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부동산 대란과 박원순 성추행으로 서울 민심이 민주당에서 돌아섰다. 서울에서 이기지 못하는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아직도 중도층에서 정권 교체 여론은 정권 유지에 비해 높다. 민주당 후보가 도덕성과 신뢰성을 의심받고 있다. 한국 대선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들 대부분이 야당 우세를 가리키고 있다.

     

    그런데 우리 유권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자만과 오만’이다.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좋은 선거 구도를 가진 측은 흔히 자만에 빠지기 쉽다. 국민의힘 내부가 바람 잘 날 없고 바람은 불었다 하면 태풍인 것은 자만심과 이기심이 퍼져 있기 때문이다. 주판알만 굴리는 사람들은 국민이 그들의 속마음을 모를 줄 알지만 국민 눈엔 다 보인다.

     

    절박한 사람은 필사적이다. 모든 것을 걸고 간구하는 사람은 유권자들이 결국 쳐다보기 마련이다. 심지어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절박해 보이는 사람에게로 동정이 쏠리는 것이 우리 사회다. 현재 중도층의 30% 정도가 ‘정권 교체를 바라지만 윤석열 후보 지지는 유보한’ 사람들이다. 앞으로 남은 60여 일 동안 이들이 투표장으로 나갈 것인지, 간다면 어디를 찍을 것인지는 누가 절박하고 필사적인지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금은 명백히 민주당이 더 절박해 보인다. 막대기만 꽂아도 되는 판이라지만 막대기만도 못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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