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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돈’ 뿌리며 박정희를 본받겠다 하는가
    스크랩된 좋은글들 2022. 2. 23. 10:38

    1964년 12월 10일 독일 뤼프케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방독한 박정희 대통령 내외가 함보른 광산을 방문했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를 앞에 두고 박 대통령 내외는 목이 메어 애국가를 제대로 부르지 못했다. 왼쪽은 당시 함보른 광산 사장.

     

    언제부턴가 대선 때만 되면 박정희를 평소 비난하던 이들이 태도를 바꾼다. 그의 공적을 찬양하고 경제를 도약시키겠다 다짐한다. 이번에도 그랬다. 여야 주요 후보들이 앞다퉈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앞서간 성공의 길을 가겠다고 천명했다. 그런데 후보들이 내놓는 공약을 보면 고개를 젓게 된다. 온통 퍼주겠다는 약속이다. 박정희는 결코 퍼주는 지도자가 아니었다. 퍼주긴커녕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요구했다. 1964년, 독일 함보른 탄광에서 광부 간호사들을 모아 놓고 그는 “우리 생전에는 이룩하지 못하더라도 후손을 위해 남들과 같은 번영의 터전만이라도 닦아 놓자”고 호소했다. 이 나라는 그들이 흘린 피땀의 결정체다.

     

    지도자라면 공동체가 함께 추구할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박정희가 통치자로서 국민에게 던진 비전은 ‘후손이 잘사는 나라’였다. 그가 집권하던 1963년 우리 1인당 국민소득은 100달러였다. 누구는 박정희 방식의 비전은 3만5000달러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다들 산타가 되겠다는 건가. 하지만 소득 수준이 얼마이든, 국민 주머니에 공돈 찔러주는 나라 치고 망하지 않는 사례가 드물다. 관광 부국 그리스와 석유 부국 베네수엘라가 그 증거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1981년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다 주라”는 공약을 걸고 집권했다.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석유 시설을 국유화해서 나온 돈을 국민 주머니에 찔러줬다. 그 결과가 어땠나. 두 나라의 많은 국민이 쓰레기통 뒤지는 신세로 전락했다.

     

    여야 후보가 내놓은 퍼주기 공약을 집행하려면 최고 300조원이 든다고 한다. 마을 단위 지역 공약은 뺀 수치다. 연일 새 선물을 더하느라 공약집 발간이 미뤄질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재원 대책이 없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질타한다. 그렇게 지적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재원만 마련되면 돈을 뿌려도 되는가. 아무리 돈이 흔해도 쓰지 말아야 할 돈은 안 써야 한다. 그 돈이 국민의 자활 의지를 꺾는 마약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민노총은 “사회주의로 국민 철밥통 시대를 열자”고 한다. 앞서 그런 정책을 폈던 동구와 남미에서 국민들 목에 걸린 것은 철밥통이 아니라 거지 밥그릇이었다는 걸 보고도 그런 소리를 한다.

     

    한 대선 후보가 박정희 생가를 방문해 “새마을 정신을 본받겠다”고 했다. 퍼주기 공약과 새마을 정신을 한 입으로 말하는 것 자체가 새마을 정신을 모른다는 증거다. 새마을 운동이 내건 생산증대와 생활 향상은 “퍼주는 돈이나 받아먹겠다”는 정신머리로는 이룰 수 없는 목표였다. 박정희는 국민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는 자조(自助)를 요구했다. 운동 첫해인 1970년 이 점을 분명히 밝혔다. 먼저 전국 3만4000여 마을마다 시멘트 200~300포대씩 지원했다. 자발적으로 프로젝트를 정하고 추진하는 데 필요한 마중물이었다. 나라가 이거 하라 저거 하라 하지 않았다. 다만 시멘트를 1년 내내 방치한 마을은 이듬해 지원 대상에서 배제했다. 처음에 낙오했던 1만8000개 마을 중 6000개도 절치부심해 이듬해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좌승희·‘박정희 살아있는 경제학’)

     

    미국 정치학자 디드러 매클로스키는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한 것은 ‘자신의 능력에 자부심을 지닌 개인이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청년이니까 돈 찔러주고, 장년 됐다고 수당 안기는 나라에서 자부심 갖고 미래를 여는 개인이 남아날 수 있을까. 2주 뒤면 대한민국을 5년 동안 이끌 새 대통령이 선출된다. 이 땅의 70~80대 어르신들은 뛰어난 지도자와 함께 땀 흘려 미래를 일군 기쁨을 맛본 분들이다. 나와 내 아이들도 새 지도자와 함께 그분들이 경험했던 기쁨을 맛보고 싶다. 이 나라엔 아직도 땀 흘려 성취해야 할 목표가 얼마든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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