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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이 한국에 ‘쿼드’ 참여 요청하지 않았다고?
    스크랩된 좋은글들 2022. 3. 5. 09:26

    현재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다자간 협의체 중 하나는 ‘쿼드(Quad)’다. 호주·인도·일본·미국 등 4국 안보 협력체인 쿼드는 미국이 기존의 양자 동맹 네트워크 외에 아시아 주요 민주 국가들을 한데 모으려는 첫 시도다. 공식적이고 화려한 청사를 두고 있지는 않지만, 팬데믹 상황에서 첫 정상회의는 화상 회의로 열었고 아시아에 광범위하게 도움을 주는 상호 관심사에 대해 협력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관련해 '쿼드'(Quad) 정상들과 화상 회의를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참여했다. 미국, 일본, 호주, 인도가 참여하는 대(對)중국 견제협의체인 쿼드 정상들은 이날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전과 관련해 인도적 지원 메커니즘을 구축하기로 했다. /백악관

     

    독자들은 아시아의 주요 민주국가인 한국이 쿼드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공개적으로 밝혀온 것과는 달리 스스로 선택한 결과다. 2021년 3월 쿼드 첫 정상 회의가 열렸지만, 그 기원은 25만명 목숨을 앗아간 인도양 대지진과 쓰나미에 대응하기 위해 모인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필자는 백악관에서 근무했는데, 재난 규모가 너무 커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가 즉각 대응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에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인도·일본·호주와 함께 화물기·병원선·헬리콥터 및 기타 군사 자산을 활용해 4만명이 넘는 병력과 긴급 구조대원을 신속하게 배치하는 다자간 재난 대응 노력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 협의체는 ‘쓰나미 코어 그룹’이란 이름으로 9일 동안 밤낮으로 일해 임무를 완수하고 해산했지만,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들의 협력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 실감하고는 이후에도 더 많은 일을 하게 되기를 희망했다. 이를 두고 마크 그로스먼 당시 국무부 차관은 21세기 외교의 새로운 방식이라고 했다.

     

    창의적 정책 전문가인 커트 캠벨 미 백악관 인도태평양 조정관이 제기한 현재의 쿼드는 첫 회의에서 코로나 백신 공급을 10억회 접종분으로 끌어올리기로 합의했다. 2021년 9월 열린 쿼드 제2차 정상 회의에서는 쿼드 국가들이 인프라, 기후 위기 대응, 사이버 보안, 신기술과 공급망 보호에 대해 서로 협력하기로 약속하는 등 훨씬 광범위한 의제로 나아갔다. 이는 아시아 주요 민주국가들이 지역 안정을 위해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왜 한국은 쿼드에 참여하지 않았을까? 앞서 1월 26일 필자는 포린폴리시 기고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 인사들이 지난해 쿼드 첫 정상 회의에 앞서 한국에 참여를 타진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답변은, 미국이 한국에 쿼드 참여 요청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필자 기고에 대한 사실 확인을 요청한 한국 언론의 문의에 외교부 대변인은 “사실과 다르다. 한국은 쿼드 4국 중 어느 나라에서도 참여 요청을 직접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공식적으로 쿼드 참여 요청을 받은 바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이런 발언은 진실을 감추려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추론해보자. 첫째, 미국이 아시아의 주요 민주주의 국가로 협력체를 구성하면서 가장 가까운 군사 동맹국인 한국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미국이 한국을 쿼드에서 배제할 이유가 없다. 둘째, 한국은 코로나 백신 생산 능력과 메모리 칩 생산국으로 세계적 역할을 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쿼드에 이상적 국가다. 그런데 바이든이 쿼드에서 한국을 일부러 배제하겠나. 셋째, 바이든이 정말로 한국을 쿼드에 참여시키지 않으려고 했다면, 그것은 한국에 대한 모욕과 다름없으므로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실망과 분노, 당혹감을 표출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쿼드에 참여하라는 ‘정식 초대’를 받지 못했다”고만 할 뿐 이 밖의 감정 표출은 전혀 없는 상태다. 넷째, 문재인 정부에 해야 할 질문은, 미국이 초청장을 건넸느냐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진정 쿼드에 참여하길 원하는가’여야 한다. 다시 말해 문재인 정부가 왜 쿼드에 참여하겠다고 바이든에게 요청하지 않는지를 물어야 하는 것이다.

     

    답은 이미 알려진 대로다. 미국은 결코 한국을 쿼드에서 배제하지 않았다.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는 일찌감치 한국의 쿼드 참여를 염두에 두고 문재인 정부 의사를 타진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오히려 미국에 “제발 우리에게 동참을 요청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쿼드에 일부러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한국의 쿼드 불참은 바이든이 아니라 문 대통령의 결정으로, 한국 국민의 일반적 정서와 배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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