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강과 북한강 합류 지점에 세운 팔당댐이 올해로 건설 50년을 맞았다. 평상시 댐에 가둔 물로 전기를 생산하고, 하루 500만t을 취수해 2600만 수도권 시민에게 수돗물과 공업용수를 공급한다. 반세기 동안 수도권을 먹여 살린 팔당댐이 없었다면 ‘한강의 기적’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올여름 서울 폭우 사태 이후 ‘팔당댐 안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다. 이번 비는 댐 하류에 집중됐지만 이보다 큰비가 댐 상류에 쏟아지면 노후화한 팔당댐 수문이 홍수 압력을 견뎌내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5년 전 감사원도 ‘방류 능력 부족’ ‘기록적인 홍수 시 수문 전도(顚倒)’ 가능성 등을 들며 정부와 댐 관리를 맡은 한수원에 대책 수립을 요구한 적이 있다.
팔당댐에 문제가 생기면 재앙적 사태가 벌어진다. 수도권에 용수 공급이 끊기고 막대한 침수 피해를 피할 수 없다. 한수원에 알아보니, 감사원 감사 이후 댐 안전성 확보를 위해 ‘수문 교체’ 공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29m 높이 콘크리트 댐 본체에 가로 20m, 세로 17m 크기로 달린 15개 대형 수문이 일부 마모되거나 부식돼 ‘보강이 필요하다’는 진단도 내려졌다고 한다.
콘크리트, 강철 구조물도 세월을 이기지 못한다. 거센 수압과 상류에서 밀려온 부유물 등이 생채기를 내고, 그 틈에 스며든 물과 공기가 부식·균열을 일으킨다. 한수원은 50년 된 팔당댐뿐 아니라 60~70년 된 화천댐·춘천댐·의암댐·청평댐 등 북한강 수계의 댐 수문도 잔존수명 조사를 거쳐 2024년부터 순차적으로 교체한다는 계획이다. 수도권 주민의 안전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세운 셈이다.
팔당댐과 4대강 16개 보는 여러모로 닮았다. 강물을 가둬 가뭄에 대비하거나 용수를 공급하며, 지하수를 함양하고, 팔당댐 수력 발전기(120㎿)보다는 작지만 4대강 보에 달린 소수력발전기(51㎿)로 청정 전력을 생산한다. 홍수 예방을 위해 4대강 사업 당시 하천을 준설했지만, 보 자체로는 팔당댐처럼 홍수 조절 능력이 없다는 점도 비슷하다.
북한강 수계 댐처럼 50~70년 묵어도 안전에 결정적인 문제가 없으면 보강 공사를 하고, 그래도 안 되면 해체 검토를 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4대강 보는 이와 정반대다. 전 정권 집권 5년 내내 사실상 보 철거가 시도됐다. 4조원 들여 지은 지 5년밖에 안 된 멀쩡한 보의 숨통을 끊으려는 작업이었다.
2018년 8월 14일 세종시 세종보 모습. 가뭄으로 보 수문을 열면서 수위가 낮아져 금강 바닥이 훤히 드러나 있다./신현종 기자
그 가운데 금강 세종보는 이미 제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세종보 수문은 90도로 세우면 물을 담고, 0도로 눕히면 수문이 강바닥에 밀착되면서 물이 방류되는 전도식 구조다. 폭 360m 금강에 이런 수문이 100여 개 달린 세종보를 짓는 데 1280억원 들었다. 그런데 전 정권 집권 직후부터 수문을 상시 개방하는 바람에 강바닥에 설치된 수문 가동장치(유압실린더)가 토사로 뒤덮여 작동 불가능한 상태다.
3년 전 세종보에 현장 취재를 갔을 때 여러 전문가들이 이런 사태를 예견했다. 댐 관리를 맡은 수자원공사도 “수문을 닫아 정상 작동 여부를 알아야 한다”고 했지만 정부는 막무가내로 수문을 계속 열어뒀다. 1200억 넘게 들인 구조물이 망가지든 말든 개의치 않겠다는 식이었다. 세종보가 이렇게 무력화되면서 세종시에 공급할 용수가 부족해졌다. 그러자 보 상류에 2억원짜리 돌보를 만들었지만 여름철 큰비에 휩쓸려 해마다 복구-유실-복구를 되풀이한다. 지금은 강바닥을 5m 깊이로 판 곳에서 지하수를 끌어올려 용수를 공급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 100억원 세금이 또 든다고 한다. 도대체 누구 지시로 이토록 희한한 일이 벌어졌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