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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관계에서 예절(禮節)을 지키는 것처럼 중요한 것이 없다. 예절이란 무엇이냐. 남에게 불쾌감을 주는 말과 행동 복장과 태도를 갖지 않는 것이다.
예절은 공동체의 구성원 각자가 사회의 질서와 평화를 유지하기 위하여 저마다 지켜야 할 사회적 행동규범이요, 서로 간의 약속이다.
기계를 부드럽게 돌리려면 윤활유를 쳐야 하듯이, 인간 관계가 원만하고 화목하게 돌아가려면 예절이라는 부드러운 기름을 쳐야 한다. 윗사람을 만나면 경의(敬意) 표시의 인사를 해야 하고, 아랫사람을 만나면 반가운 표정을 지어야 한다. 이것이 경례(敬禮)로 나타나고, 악수로 표현된다. 내가 신세를 졌거나 내게 고마움을 주신 사람에 대하여 나는 마땅히 감사의 표현을 말과 행동으로 표시해야 한다. 이것이 사의(謝意)요, 사례(謝禮)다.
내가 남에게 손해를 끼쳤으면 나는 피해자에게 당연히 사과하고, 정중한 사의의 표시를 말과 행동으로 해야 한다. 사의란 말은 두 가지의 뜻을 지닌다. 하나는 감사하다는 뜻이요, 또 하나는 사과한다는 뜻이다.
예절은 인간 상호간의 경의와 사의와 호의를 말과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경의의 표현을 해야 할 때 아니하거나, 사의의 표시를 해야 할 때 소홀하거나, 호의의 의사 표시를 해야 할 때 태만하면 서로 간에 불쾌감이 생기고 감정의 마찰이 일어나 나와 너와의 인간 관계가 소원해지고 어지러워지고 갈등이 발생한다.
불쾌한 인간 관계는 서로 예절을 안 지키는 데서부터 생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의범절을 지킨다는 것은 대인 관계와 사회 생활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므로 옛사람은 “예신지간야(禮身之幹也)” 라고 말했다. 예절은 우리 몸의 둥뼈 처 럼 중요하다. 예절은 인간 행동의 근본이다.
예절을 지키는 것은 사람된 도리를 다하는 것이요, 예절을 안 지키는 것은 사람된 도리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
예자는 상형 문자다. 제기(祭器 · 豆)에 여러 가지 음식을 담아 무덤 의 제사상(祭祀床 · 示) 위 에 놓고 조상께 감사의 제사를 드리는 모습을 상형한 것이다. 이것이 예의 원초적 의미다. 그러나 예절의 종교적 의미는 거의 사라지고, 사회적 윤리적 의미가 강해졌다.
예절은 인간이 저마다 지켜야 할 사회적 도덕적 행동 규범이다. 예의에서 벗어나는 것이 비례(非禮)요, 예의가 상실된 것이 실례(失禮)요, 예의가 결핍된 것이 결례(缺禮)요, 예의가 없는 것이 무례(無禮)다. 이것은 모두 예절에 어긋나는 것이요, 인간으로서 부끄러운 행동이다.
무례한 놈이라고 사회적 낙인이 찍혀지면 배척과 멸시를 받아 사회에서 설 땅이 없다. 그러므로 공자(孔子)는 《논어》의 제일 마지막 문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부지예 무이입야(不知禮 無以立也).J 예를 알지 못하면 사회에서 설 수 없다. 무례한 인간은 세상에서 존립하지 못한다.
안하무인(眼下無人)한 태도로 남을 멸시하고, 오만불손한 자세로 난폭하고 건방진 행동을 하는 자존망대(自尊忘大)한 인간은 조만간 사회에서 매장을 당한다.
우리는 겸양(謙讓)의 정신과 온유한 마음으로 사람을 대해야한다. 동양의 선철(先哲)은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도덕의 근본, 행동의 지표로 삼았다. 사람은 모름지기 어질고 의롭고 예절바르고 지혜롭고 신의가 있어야 한다. 이것이 사람다운 사람이요, 인격다운 인격이다.
우리의 국보 제1호는 남대문이요 남대문을 옛사람은 숭례문(뿔禮門)이라고 하였다. 예절을 숭상하는 문이다. 동대문을 흥인지문(興仁之門)이라고 하였다. 인을 일으키는 문이다.
흥인과 숭례, 인을 일으키고 예절을 숭상하자. 얼마나 높고 깊은 정신이냐. 옛날 중국인이 한국을 군자국(君子國)이라고 칭하고, 우리를 동방예의지국이라고 한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옛날의 우리 선비는 군자다운 태도와 대인(大人)다운 인격과 지사(志士)다운 기상을 가지고 당당하고 늠름하고 품위가 있었다. 오늘의 한국인들은 과연 어떠한가. 저마다 깊이 반성해 보아야 한다.
<안병욱교수의 에세이 집에서 발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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