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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글은 우리 민족에게 주어진 축복
    스크랩된 좋은글들 2022. 10. 15. 07:14
     
     
     
    일러스트=김영석

    지난 9일은 576돌을 맞는 한글날이었습니다. 세종대왕께서 1446년 한글을 반포하신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국경일이나 각종 국가기념일 가운데 가장 자랑스러운 날은 한글날입니다. 지금 우리 글이 없거나 알파벳 등을 빌려 우리말을 표기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우리 민족의 정체성은 온전히 유지될 수 있었을까, 아니 당당한 독립 국가로 존속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반포는 어떤 왕조의 교체나 외침에 따른 전쟁보다도 우리 역사의 가장 중대한 변곡점이었습니다. 한글 창제는 기적 같은 일이고, 우리 민족에게 주어진 축복입니다.

     

    우선 한글은 세계의 수많은 글자 가운데 만든 이와 만든 시기가 알려져 있는 독특한 글자입니다. 세계의 언어학자들은 한글을 가장 독창적이고 과학적인 문자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글은 배우기 쉽고 쓰기도 편합니다. 단 24개의 자음·모음을 합성하여 만들어낼 수 있는 글자가 1만1172자에 이릅니다. 그렇기에 한글은 정보화 시대에도 가장 적합한 문자입니다.

    한글이 만들어진 것은 자유로운 소통을 통해 백성의 불편을 해소해주려는 세종대왕의 ‘백성이 하늘’(以民爲天)이라는 지극한 애민(愛民) 정신이 그 출발점입니다. 특히 일제의 폭압 통치기인 1926년 오늘의 한글학회의 전신인 조선어연구회가 ‘가갸날’을 정해 민족정기를 되살리기 위하여 노력하였고, 일제는 1942년 조선인 민족말살정책의 하나로 한글 연구를 한 학자들을 민족의식을 고취하였다 하여 탄압·투옥하였음에도 이에 굴하지 않고 맞서 투쟁하였습니다. 이처럼 한글 사랑은 독립운동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렇듯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한글을 아끼고 지키는 데 더 많은 정성을 쏟아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기 위하여 한글날을 단순한 국경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온 국민이 진정으로 함께 즐거워하는 날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였습니다. 이를 실천할 기회를 잡았습니다.

    2011년 총리로 재직할 때 일입니다. 당시 한글날은 국경일이지만 공휴일은 아니었습니다. 5대 국경일 가운데 공휴일은 삼일절, 광복절, 개천절 3일이었습니다. 일제 침략으로 수치를 당한 대한민국, 해방된 지 70여 년이나 지난 지금도 일본과 관련된 두 날이 국경일이자 공휴일이고 한글날은 공휴일이 아니라니, 부끄러운 일이었습니다.

     

    우선 한글날을 공휴일로 만들어 진정한 국민 축제일로 삼자고 생각했습니다. 한글학회 인사들, 최광식 당시 문체부 장관과 상의한 뒤 이명박 대통령님과의 주례 회동에서 제 의견을 말씀드렸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처음에는 쉬는 날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국가 경제의 부담을 우려하셨습니다만 저의 진언에 양보(?)하시고 제 의견에 동의해주셨습니다. 2012년 말 국무회의에서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하였고 이듬해부터 공휴일이 되었습니다. 정부는 한글학회와 함께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공휴일 지정을 축하하는 행사도 열었습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신 경복궁, 세종대왕 동상, 세종문화회관 옆 광장의 ‘한글글자마당’ ‘조선어학회 한말글수호기념탑’, 세종문화회관 뒤편 ‘세종 예술의 공원’과 이어지는 한글가온길 등 광화문 일대를 세종대왕 관련 이야기로 채우고 전국 각지에서 관련된 축제를 함께 벌이는 한글날, 한글을 사랑하는 외국인들도 몰려와 함께 즐기는 가을날 축제 한 마당, 저는 그것을 꿈꿉니다.

     

    고궁 박물관에서 세종대왕 때 물시계를 고증을 거쳐 다시 만든 물시계를 보았습니다. 물이 흐르는 양에 따라 구슬 등이 작동하면서 시각을 알리는 종을 치는 재미있는 구조입니다. 이를 광화문 광장에 설치하여 공개하면 체코 프라하의 천문시계와 같은 인기 있는 볼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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