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찾은 외국인의 분실물이 빠른 시간 안에 제 주인에게 돌아갔다는 소식이 잇따라 들려오고 있다. 며칠 전 서울 동대문에서 중국인이 현금 500만원, 신용카드 2장이 든 분홍색 명품 백을 잃어버렸다. 이것을 40대 한국 남성이 주워서 인근 지구대로 넘겼고, 이 가방은 경찰청 유실물 통합 포털인 ‘로스트112′를 통해 주인을 찾았다. 분실 신고가 있은 지 불과 50분 만이었다. 신용카드에 적힌 한자 이름을 보고 중국인으로 짐작했다고 한다.
▶지난달에는 러시아 관광객이 공항~호텔 버스에서 현금 300만원이 든 지갑을 잃어버렸다 되찾았고, 그 앞 달에는 일본 관광객이 현금 800만원, 여권, 비행기표 등을 잃어버렸다 돌려받았다. 그들은 한국인의 품성을 다시 봤을 것이다. 오래전에 한 화장품 업체가 쇼핑백 100개를 지하철에 두고 내리는 실험을 했는데, 이 중 87개가 돌아왔다는 인터넷 글도 있다. 부분적으로 연출된 영상이란 의심을 샀으나 크게 화제가 됐었다. 서울 지하철은 작년 분실물이 지갑, 휴대폰, 가방 순이었는데, 본인 인계율이 63%였다.
▶미국·스위스 연구진이 실험했더니 ‘돈이 든 지갑’이 ‘돈 없는 지갑’보다 돌아올 확률이 높았다고 한다. 현금 유혹이 있을 경우 정직성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는 반대였다. 돈이나 열쇠가 든 지갑은 “습득한 사람의 자존감을 자극하면서 오히려 도둑으로 몰리는 것을 혐오하게 만든다”고 했다. 이 실험에서 습득물 반환율로만 따졌을 때 정직성 선두는 스위스·노르웨이였다. 최하위는 상상에 맡기겠다.
▶미국에서는 물건에 ‘ID 라벨’을 붙이는 서비스를 제공해서 분실물의 회수율을 75%까지 끌어올린 적도 있다. 라벨에 고유 추적 번호 7자리를 부여하는 방식인데, 핵심은 분실물이 돌아올 경우 사례 금액을 명확히 밝혀 놓는다고 한다. 주변에 어떤 지인도 휴대폰에 ‘돌려주시면 30만원 사례함’이라는 스티커를 붙여놓은 걸 봤다. “그보다 확실한 호소는 없다”고 했다.
▶시골서 자랄 때 ‘서울 가면 눈 뜨고 코 베어간다’는 말을 들었다. 소매치기가 극성을 부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택배 물건을 아파트나 단독 주택 앞에 며칠씩 놔두어도 손 타는 일이 드물다. 한국에 온 외국인은 이런 ‘K-양심’에 신기하다는 반응이다. 한국에서 소매치기는 ‘거의 사라진 업종’이다. 곳곳에 설치된 CCTV, 차량 블랙박스를 피해갈 담 큰 도둑도 없을 것이다. 시민 의식이 크게 높아진 점도 뿌듯하다. 어제 로스트 112에는 ‘K-양심 습득물’ 1200여 개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