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호위함으로 재탄생한 천안함에 ‘46용사’의 충정이 새겨진 ‘3·26 기관총’ 2정이 탑재됐다고 한다. 천안함 폭침일을 딴 이 기관총은 전사한 고(故)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씨가 해군에 기부한 것이다. 윤씨는 아들의 죽음을 가족의 비극으로 끝내지 않았다. 그는 유족 보상금 1억원과 성금 등 1억898만원으로 새로 취역하는 해군함에 아들의 충정을 담아 기관총을 기부해 왔다. 지금까지 18정의 기관총이 초계함 9척에 배치됐는데, 최근 퇴역한 초계함의 기관총을 천안함에 옮겨 달았다. 군은 천안함 기관총을 ‘민평기 기관총’으로 부르려 했지만 윤씨가 죽은 46용사 모두를 기려야 한다고 해서 ‘3·26 기관총′이 됐다. 그는 영화 ‘연평해전’ 제작에도 100만원 성금을 냈다. 천안함 취역식에서 윤씨는 “아들아, 네가 죽어서도 서해를 지키는구나”라고 했다. 윤씨의 이 말에 더 보탤 것이 없다.
2011년 3월 25일 오전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 영주함(1천200t급)에서 열린 '3.26 기관총 기증식'에서 천안함 순국 故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씨(왼쪽에서 2번째)와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왼쪽에서 1번째)이 기관총을 살펴보고 있다. 3.26 기관총은 윤청자씨가 기탁한 1억898만8천원의 성금으로 구입한 K-6 기관총 18정으로, 천안함 피격일(3월 26일)을 잊지 말자는 뜻에서 명명됐다./이명원 기자
윤씨에게 지난 13년은 피눈물 나는 고통의 시간이었다. 싸늘한 아들의 주검을 끌어안다 실신했고, 아들의 묘비를 외투로 덮으며 통곡했다. 천안함 괴담이 나올 때마다 “제발 그만하라”고 절규했다. 가슴에 피멍이 들었지만 “침략자를 응징하는 데 써달라”며 정부가 준 보상금을 전액 기증했다. 2020년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선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다가가 “이게 누구 소행인지 말씀 좀 해달라”고 호소했다. 문 전 대통령은 들릴 듯 말 듯 작은 목소리로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 입장이 있다”고만 했다.
윤씨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천안함 장병들을 욕보이는 가짜 뉴스였다. 문 정부 때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천안함 괴담 유포자의 요구에 따라 서류까지 바꿔 천안함을 재조사하려 했다. 북한 어뢰에 의한 폭침이라는 사실을 흐리고 조작하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이미 당시 국방장관은 천안함 폭침을 “우발적 사고”라고 하는 지경이었다. 대통령은 서해 수호의 날 행사에 계속 불참하다 선거를 앞두고 보여주기 이벤트 한 번을 벌였다. 천안함 유족을 초청한 자리에서 김정은과 손잡고 찍은 사진 책자를 돌렸다. 천안함 주범인 김영철을 불러 국빈 대접했다. 민주당 인사는 북한이 아니라 천안함 함장이 “부하들을 수장시켰다”고 했다. 김정은과 쇼에 정신이 팔려 안보는 뒷전이었다.
이번 천안함 취역식에는 고(故) 김태석 원사의 딸이 해군 장교 후보생으로 참석했다. 아버지의 뒤를 따라 해군을 지망해 천안함 위에 선 것이다. 그는 해군 소위로 임관하면 천안함을 타고 서해 바다를 지키고 싶다고 했다. 진짜 대한민국 안보를 지키는 이들은 가족 잃은 고통을 호국으로 승화시킨 46용사의 어머니와 딸일 것이다. 이분들의 희생과 헌신 앞에 고개를 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