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누구도 흔들지 못할 거란 'CVID 이재명'
    스크랩된 좋은글들 2025. 1. 22. 08:34

    야권은 윤석열 대통령 체포·구속에 환호했다. 탄핵과 대선 승리를 향한 8부 능선을 넘었다고 여겼다. 서부지법 폭력 사태도 나쁜 일이 아니다. 탄핵 심판과 내란 재판에서 윤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에선 벌써 “탄핵 선고가 2월 말이나 3월 초로 앞당겨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러면 4월 말~5월 초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 이재명 대표가 바라던 바다.

     

    친명계는 대선 후보도 빨리 뽑자고 한다. 순회 경선을 생략하고 추대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탄핵 결정과 동시에 이 대표를 후보로 확정 짓자는 뜻이다. 이 대표는 작년 선거법 위반 1심에서 징역형을 받았다. 2심 선고 법적 기한은 2월 15일이다. 재판 지연을 감안해도 3월에는 선고가 내려질 수 있다. 그 전에 이 대표를 후보로 세우려는 것이다.

     

    경선을 하면 이 대표 사법 리스크가 다시 부각된다. 대장동 의혹도 이낙연 전 대표와의 경선 과정에서 불거졌다. 민주당은 지금 이 대표 유일 체제다. 맞설 유력 주자가 없다. 하지만 선거법 2심에서 1심과 같은 결과가 나오면 후보 자격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은 이 대표가 ‘완전하고 유일한 불가역적 후보’가 되길 원한다. 미국이 북한 비핵화를 추진할 때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ing·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라는 용어를 썼다. 지금 친명계가 바라는 것이 바로 ‘CVID 후보 이재명’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흔들거나 되돌릴 수 없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도 이미 집권 플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당은 대선 캠프로 변하고 있다. 지역화폐 등 포퓰리즘 색채가 강한 이재명표 정책을 앞세우고 외교 사절과 은행장, 경제단체장 등도 잇따라 만나고 있다. 의원들에겐 ‘말조심’ ‘갑질 금지’ 지침을 내렸다. 주변엔 “정치를 정상화하고 승자독식이 아닌 여야 타협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한다. “중국에 셰셰”는 “미국에 감사”로 바뀌고 반일 대신 한·미·일 협력을 강조한다.

     

    하지만 민주당과 이 대표 지지율은 도리어 떨어지고 있다. 보수층 과표집으로만 보기 힘들다. 민주당의 지난 3년은 윤 정부 발목잡기와 이 대표 방탄, 입법 폭주의 연속이었다. 온갖 꼼수와 반칙이 난무했다. 계엄 후엔 윤 대통령 체포·구속·탄핵에 올인 했다. 한덕수 총리와 장관·검사들을 줄줄이 탄핵하고 최상목 권한대행도 겁박했다.

     

    이 대표는 개인 비리로 수사·재판받을 땐 권력에 탄압받는 피해자처럼 행동했지만 대통령 공격 땐 온갖 수단을 다 쓰는 권력자로 변했다. 내란을 엄벌하자더니 돌연 탄핵 사유에서 내란을 빼자고 했다. 국정·민생이 중요하다면서 여·야·정 협의체는 외면했다. 경제 법안은 제쳐두고 특검법 처리만 나섰다. 민생·외교 행보는 대통령 행세처럼 비쳤다. 이 대표 집권 이후를 많은 국민이 불안해한다.

     

    ‘윤 퇴장=이 집권’은 민주당의 착각이다. 최근 3년 간 총체적 국정 혼란은 두 사람이 한 몸처럼 얽힌 합작품이다. 대통령을 심판한 국민은 이제 이 대표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그에 대한 심판과 검증은 이제 시작이다. 지지율 역풍이 이를 말해준다. 이 대표 조기 추대는 해결책이 못 된다. 경쟁자 없이 혼자 뛰어선 흥행도 감동도 없다. 향후 여권 후보와 양자 가상 대결에서 뒤지는 순간 대세론은 끝난다.

     

    이 대표에 대한 거부감과 불신의 뿌리는 깊다. 사법 리스크보다 더 큰 게 신뢰의 리스크다. 자신의 과오와 책임에 대한 국민 물음에 답해야 한다. 그럴듯한 변명과 일시적 태도 변화로 넘어갈 순 없다. 폭주하던 과거가 잊혀지는 것도 아니다. 철저한 반성과 검증을 통해 국민 신뢰를 얻지 못하면 대선에서 CVID는 없다.

     

    2025년 1월 22일 조선일보 배성규기자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