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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국의 2019년과 윤석열의 2025년
    스크랩된 좋은글들 2025. 2. 17. 07:53

    2030과 노년층 결합 처음 아냐 내로남불 상징 '조국 사태' 때도  공정 중시하는 중도·젊은 층 가세   문제는 이후 반대로 갔다는 것  색깔론 강화, '유튜버 사랑' 시작   결과는 민주당의 2020 총선 압승  주말 광주 "분열 말고 통합" 구호
    지금 보수는 그대로만 하면 된다

    15일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세이브코리아 주최로 열린 탄핵반대 집회./김영근 기자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사건 심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지만 탄핵 반대 기세가 여전하다. 최근엔 우파 진영이 광화문과 여의도로 나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광화문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운동 때부터 존재감을 높인 전광훈 목사가 주축이 된 ‘전통파’이고, 여의도파는 한국사 일타 강사 전한길씨 등이 간판으로 나서고 2030세대가 합류한 ‘신흥파’라고 한다. ‘태극기의 분열’이라는 냉소적 분석도 있지만 긍정적으로 보면 ‘보수의 확장’이다.

     

    노년층과 청년층은 애초에 문재인 정부의 대외·경제·사회 정책과 갈라치기식 국정 운영에 대한 반감 및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에 대한 거부감이라는 공유 지반을 갖고 있었지만 이들 사이의 문화적·세대적 골이 깊었다. 하지만 탄핵 사태 이후 불과 두 달 만에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양상이다.

     

    이런 흐름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9년 여름부터 가을에 첫 결합이 있었다. 그해 여름 한일 갈등이 불거지자 문재인 정부의 간판스타인 조국 당시 민정수석이 ‘죽창가’를 SNS에 올리며 노골적 반일 선동을 주도했다. 지지자들은 환호했지만 중도층은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그가 법무부 장관에 지명된 이후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딸의 입시 부정부터 일가의 사학 비리까지 백화점식 의혹이 터졌다. 조국이라는 이름은 ‘내로남불’의 상징이 됐고 대학가에선 시위가 열렸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멈추지 않았다. 장관 임명을 강행했고 반발이 거세지자 지지자 수십만 명이 서초동 대검 청사 앞으로 몰려가 ‘검찰 개혁’ ‘조국 수호’를 외쳤다. 당시 MBC 보도국장은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방송에 출연해 “딱 보니까 100만(명)짜리 (집회)”라며 “검찰이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때부터 반전이 시작됐다. 10월 3일 개천절과 9일 한글날에 광화문 광장이 미어터졌다. 당시 <한겨레신문>은 “보수 단체들이 에스엔에스(SNS) 등을 통해 총결집에 나선 데다 ‘조국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무당파층도 적극 의사 표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해설하면서 “이건 여당과 야당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과 비상식의 문제”라는 30대 시위 참가자의 발언을 소개했다.

     

    진중권, 김경율 같은 진보 인사들이 돌아선 시점도 이때였다. ‘공정’을 중시하는 젊은 층은 문재인 정부와 586세대에게 노골적 반감을 드러냈다. 조국은 물러났지만 문재인 정부는 여기서 더 밀리면 안 된다는 듯 공수처, 선거법 개정 패스트트랙 등을 계속 몰아붙였다.

     

    보수 진영이 쇄신을 통해 ‘공정’의 가치를 차지하고 중도층과 젊은 층의 지지를 얻을 기회였다. 하지만 그해 겨울 그들은 색깔론과 거친 언행을 강화했다. ‘유튜버 사랑’이 시작된 것도 그때다.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는 유튜버를 끼고돌면서 “입법 보조원 자격을 줘 국회 출입 기자와 비슷한 자격을 부여하자”고 제안했다. 자유한국당이 주최한 장외 집회에 참가한 보수 단체 회원들이 경찰의 저지를 뚫고 국회 경내로 진입해 아수라장을 만든 것도 그즈음이다. 소수 인원은 국회 본청 안까지 진입했고 유튜버들이 이를 고스란히 중계했다. 극렬 지지자들은 환호했지만 광화문에 함께 섰던 중도층은 멀어졌다. 지난달 서부지법 난입 사태의 예고편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2020년 초,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이 새로운보수당 등과 탄핵의 강을 건너겠다며 통합을 추진하자 이를 배신으로 규정한 전광훈 등 강성 보수층은 자유통일당을 창당했다. 보수 주류는 미래통합당으로 뭉쳐 중도화를 시도했지만 강성 보수층의 눈치를 보며 갈피를 잡지 못했다. 코로나 국면에서 총선이 본격화됐는데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외 집회가 이어졌고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일부 인사의 성적 폭언 등이 터졌다. 하지만 보수 유튜버들과 강경 보수층은 “그게 뭐가 문제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총선에서 위성 정당을 포함해서 민주당이 180석, 미래통합당이 103석을 얻었다.

     

    비싼 대가를 치른 보수 정치권은 반대로 돌아섰다.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바꾸고 유튜버, 강성 보수층과 절연했다. 부정선거 주장엔 곁을 주지 않았다. 서울시장 재보선이 열리자 탈민주당의 금태섭-중도의 안철수-보수 오세훈이 순차적 단일화를 성사시켜 이겼다. 그 흐름이 이어진 것이 2022년 윤석열의 대선 승리다. 지금도 갈림길이다. 지난 주말 보수 집회에선 거친 발언도 있었지만 5·18을 긍정하는 이야기와 “갈등과 분열이 아니라 통합과 화합으로 뭉쳐야만 한다”는 구호가 나왔다. 그 말대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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