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에 모인 반탄 3만명… "여기도 이런 목소리 있다, 알리려 나와"스크랩된 좋은글들 2025. 2. 17. 07:49
지난 15일 오후 광주광역시 금남로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연이어 열렸다. 찬반 집회는 충돌 없이 끝났다. 경찰은 충돌을 막기 위해 경찰 버스 4대로 ‘차벽’을 만들고 경찰 1200여 명을 투입했다.
개신교계 단체인 ‘세이브코리아’가 주최한 탄핵 반대 집회인 ‘국가비상기도회’에는 경찰 추산(비공식) 3만명, 집회 측 추산 6만명이 몰렸다. 왕복 6차로인 금남로가 인도까지 인파로 꽉 찼다.
광주에서 보수 성향 단체가 이 같은 대규모 집회를 연 건 처음이다. 금남로는 1980년 5·18민주화운동의 중심지였다. 광주에선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장소’로 통한다.
본지 기자들이 반대 집회 현장을 취재해 보니 참가자 10명 중 3명은 광주 등 호남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나는 고흥 사람입니다’라고 쓴 플래카드를 든 김동열(60)씨는 “호남은 사실 ‘탄핵 반대’ 목소리를 내기 굉장히 어려운 지역이지만 나 같은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어 전남 고흥에서 첫차를 타고 올라왔다”며 “우리나라의 정상화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다.
조희정(43)씨는 전남 강진군에서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참가했다. 조씨는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도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살 수 있길 바라는 마음뿐”이라며 “호남에서도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했다.
호남 지역 참가자 중에는 20~30대가 눈에 띄었다. 광주 남구 봉선동에서 왔다는 직장인 김명현(26)씨는 “회사에선 모두가 대통령을 비난하고 욕해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며 “직장에서 쌓인 울분을 토하려고 나왔다”고 했다. 김씨는 “호남에도 상식인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전혜림(28·광주)씨는 “계엄 선포 때는 놀랐지만 그 이후 민주당이 해온 행태를 깨닫게 됐다”며 “이제는 분노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 집회에 나왔다”고 했다. 대학생 문모(20·광주)씨는 “창피하게 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거리로 나섰다”며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내 고향 광주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남 순천에서 왔다는 고등학생 윤성호(18)군은 “민주당이 탄핵을 남발해 정부 발목을 잡고 있는데도 호남은 여전히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다”며 “답답해서 집회에 나왔다”고 했다. 그는 “대전, 서울에서 열리는 집회에도 참가할 생각”이라고 했다.
일부 광주 청년은 연단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정민석씨는 “우리는 진보, 보수를 떠나 오직 국가를 지키겠다는 마음 하나로 이 자리에 모였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광주가 민주당의 표밭을 자처했는데 도대체 바뀐 게 무엇이냐”며 “천안, 김해에도 있는 코스트코 하나도 없는 게 자랑인가. (광주엔) 죽어가는 상권, 청년 인구 유출, 차일피일 미뤄지는 지하철 공사로 인한 교통난밖에 없다”고 했다.
탄핵 반대 집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참가자가 몰렸다. 서울에서 온 이수진(51)씨는 “광주에서도 이런 집회가 열려야 지역 분위기에 눌려있던 사람들도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찾아왔다”고 했다.
연단에 오른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추모하기 위해 빨간색 옷을 입고 왔다”며 “호남이든 영남이든 나라의 위기 속에서 하나가 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과거 위기를 겪을 때마다 똘똘 뭉쳐서 극복했다”며 “지금의 대한민국 정치, 경제적 위기 역시 모두가 하나 되어 뭉친다면 그리고 윤 대통령이 복귀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극복할 것”이라고 했다. 전씨는 본지 기자와 만나 탄핵 반대 집회를 비판한 강기정 광주시장 등에 대해 “그들이 투쟁, 갈등을 외친다면 우리는 화합·통합·사랑을 내세우는 전략을 펼치겠다”고 했다.
세이브코리아 측은 대규모 탄핵 반대 집회를 계속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오는 22일에는 대전, 다음 달 1일에는 서울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지난 1일 부산역 집회에 경찰 추산 1만3000명이 모인 데 이어, 지난 8일 동대구역 집회에는 5만2000명이 집결했다.
☞금남로
금남로(錦南路)는 광주광역시 도심을 관통하는 약 2.6㎞ 길이 도로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의 중심지로 광주 시민 등이 계엄군에 맞섰던 곳이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도 금남로에 있다. 매년 5·18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린다. 금남로 옛 전남도청 앞에는 5·18민주광장이 조성돼 있다.
2025월 17일 조선일보
'스크랩된 좋은글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치안 붕괴에 대비해야 한다" (0) 2025.02.18 조국의 2019년과 윤석열의 2025년 (0) 2025.02.17 "부모님 노후 준비돼 있어?" 요즘 결혼, 이것부터 따진다는데 (1) 2025.02.15 졸속 논란에 한발 물러선 헌재… '2월 선고'는 어려울 듯 (0) 2025.02.14 '홍장원 메모' 작성 시간·장소 모두 거짓, 진위 밝혀야 (0) 2025.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