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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직한 세공사와 천재 수학자 알키메데스낙서장 2025. 3. 22. 10:26
어떤 남자가 옷도 제대로 챙겨 입지 못한 채 공중목욕탕에서 뛰어 나왔다. 남자는 행복하다 못해 몹시 흥분한 것처럼 보였고,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알아냈어! 알아냈다고!" 남자가 미친 듯이 달려간 곳은 왕궁이었다. 남자는 여전히 '알아냈다'는 말을 되풀이하면서 계단을 급히 뛰어올라 궁 안으로 들어갔다. 왕궁 문지기는 깜짝 놀라긴 했지만 남자가 들어가게 내버려두었다. 왜냐하면 그 남자는 왕이 매우 신임하는 인물이었 기 때문이다. 궁 안에 들어선 남자는 잠시 숨을 돌리고는 명령을 내렸다. 금덩이와 저울, 물을 가득 채운 커다란 냄비를 당장 가져 오라는 것이었다.
이 사건은 기원전 3세기에 고대도시 시라쿠사에서 벌어진 일로, 기뻐서 소리를 지르며 내달린 인물은 다름 아닌 유명한 수학자 아르키메데스(Archimedes)다. 그리고 그때 아르키메데스가 외쳤다 는 말은 이제 그의 이름보다 더 유명해진 바로 이 말이었다. "유레카! 유레카!" 수세기를 가로질러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 이 짧은 문장은 과학의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어떤 문제를 풀기 위해 몰두하고 있다가 그 답을 마침내 찾아낸 순간 맛보게 되는 행복한 해방감을 잘 보여주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유레카'는 머릿속에서 어떤 좋은 아이디어가 갑자기 떠올랐음을 뜻하는 일 종의 관용적인 표현이 되었다. 그렇다면 아르키메데스는 그날 왜 '유레카'를 외쳤을까?
모든 일은 시라쿠사의 왕 히에론 2세가 제우스 신전에 금관을 바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왕은 도시에서 실력이 제일 뛰어나다는 세공사에게 금관을 만들도록 명했고, 필요한 만큼의 금덩이를 내주었다. 그렇게 해서 몇 주 후, 세공사는 모두가 감탄할 만한 아름다운 금관을 완성해 왕에게 가져왔다. 왕은 매우 만족스러웠고, 솜씨 좋은 세공사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그런데 그 만족스러운 기분은 얼마 가지 못했다. 문제의 금관이 순금이 아니라 은이나 동이 섞여 있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왕은 처음에는 믿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소문은 자꾸 부풀려지면서 계속되었다. 왕은 결국 화를 터뜨렸다. 왕이 내린 금을 빼돌리는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그러자 신하들은 금관의 무게를 세공사에게 내준 금덩이의 무게와 비교 해보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왕은 신하들의 말을 들어 금관과 금덩이의 무게를 달아보게 시켰다. 결과는 금관에 대한 의혹을 단번에 없애주었다. 금관의 무게와 몇 주 전에 세공사에게 내준 만큼의 금덩이의 무게가 정확히 똑같았기 때문이다.
왕은 일단 마음이 놓이긴 했지만 불안한 기분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 세공사가 뭔가 더 복잡한 술수를 써서 금을 빼돌렸을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러자 신하 한 사람이 진상을 명백히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을 고했다. 세공사가 왕이 내준 금덩이와 같은 무게의 금관을 만들어온 건 맞지만, 만약 금관이 순금이 아니라 은이나 동이 섞여 있다면 금으로만 만든 왕관과 부피가 다를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금은 은이나 동보다 밀도가 커서 같은 무게일 때 부 피는 더 작게 차지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문제의 금관에 불순물이 섞였다면 순금 왕관보다 부피가 더 클 것이므로 그것을 확인하면 되는 것이었다.
이치에 맞는 말이었다. 그러나 왕은 진상을 알고는 싶었지만 금관을 잃고 싶지는 않았다. 금관을 녹이면 같은 무게의 금덩이와 부피를 쉽게 비교할 수는 있겠지만 이 훌륭한 금관을 망가뜨리는 건 미친 짓이 아닌가!
이 어려운 문제 앞에서 신하들은 결국 모두 입을 다물었다.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은 이제 한 사람밖에 없었다. 낮이고 밤이고 계산에 빠져 사는 궁정 수학자, 아르키메데스가 바로 주인공이었다. 왕은 아르키메데스라면 문제를 풀어낼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서둘러 그를 궁으로 불러들여 최대한 빨리 답을 알아오라는 명을 내린다.
아르키메데스는 그 답을 목욕탕에 몸을 담그다가 찾아냈다. 그리고 답이 갑자기 떠오른 바로 순간 그 유명한 '유레카'를 외친 다. 그가 목욕탕에서 순간적으로 깨달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르키메데스가 왕궁에서 했던 실험을 보면 간단히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우선 물이 가득 담긴 커다란 냄비를 자기 앞에 가져다 놓았다. 그리고 저울을 가져와서 한쪽 접시에는 세공사가 받아간 만큼의 금덩이를 올려놓고, 다른 쪽 접시에는 금관을 올려놓았다. 저울은 물론 균형을 이루었다. 아르키메데스의 실험은 여기까지는 금덩이와 금관의 무게를 비교했던 첫 번째 실험과 다를게 없었다. 왕은 아르키메데스에게 무엇을 하려는 건지 물었다. 그러자 아르키메데스는 이제 금덩이와 금관의 부피를 비교할 것이라고 대답했고 그 이유도 설명했다. 만약 금관이 순금이 아니라면 저울을 물에 담갔을 때 양쪽 접시가 더 이상 균형을 유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다시 말해 금관 쪽 접시가 위로 올라간다면 그것은 금관이 금덩이보다 부피가 더 크다는 뜻이고, 따라서 금보다 더 가벼운 소재가 섞여 있음을 뜻한다는 것이었다.
아르키메데스가 펼친 논거는 매우 훌륭했다. 게다가 저울을 물에 담그자 실제로 그가 말한 꼭 그대로의 장면이 펼쳐졌다. 금관 쪽 접시가 서서히 위로 올라갔기 때문이다. 세공사가 왕이 내준 금덩이를 일부 빼돌린 게 맞았던 것이다!
이제 자세한 설명의 시간이 이어졌다. 아르키메데스는 이 실험의 원리를 욕조에 몸을 담갔을 때 물이 욕조 밖으로 넘치는 것 을 보고 발견했다고 얘기했다. 욕조 밖으로 밀려난 물의 양이 자기 몸의 부피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물체가 물에 들어가면 아래에서 위로 작용하는 힘, 즉 부력을 받게 되며, 이 힘은 물체에 의해 밀려난 물의 양, 다시 말해 그 물체의 부피에 비례한다는 점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금관은 금덩이보다 부피가 큰 까닭에 부력을 더 많이 받아 위로 올라간 것이다. 부피가 클수록 부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부력원리를 설명한 알키메데스 동영상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시면 볼수있습니다
2025년 3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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