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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흥식 추기경 "차기 후보설에 그냥 웃었다…교황, '잘 듣는 사람'이었으면"
    스크랩된 좋은글들 2025. 4. 26. 07:33

    유흥식 추기경 "차기 후보설에 그냥 웃었다…교황, '잘 듣는 사람'이었으면"

    "차기 교황 예측 무의미…언론 예상 항상 틀렸다"
    "교황, 한국 계엄 사태에 걱정 드러내기도"

     
    25일 바티칸 성직자부 청사에서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이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회고와 차기 교황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정철환 기자
    입력 2025.04.25. 14:34업데이트 2025.04.25.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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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이 24일 교황청 성직자부 청사에서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최초의 교황청 장관인 유흥식(74) 라자로 추기경이 25일 바티칸의 성직자부 청사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회고와 함께 차기 교황에 대한 생각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자신이 차기 교황 후보 중 하나로 꼽힌 데 대해선 “그런 가능성을 언급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차기 교황은 전임자의 유산을 이어갈 만한 인물이었으면 하는 뜻도 드러냈다.

    유 추기경은 먼저 부활절 바로 다음 날인 지난 21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한 것에 대해 “단순한 생의 마감이 아니라, 예수 부활을 증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황은 자신의 건강이 악화하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신자들을 만나고,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나누려 했다”며 “교황은 복음 그 자체를 살아내신 분”이라고 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실천한 삶의 태도 자체가 ‘죽음 뒤의 부활’에 대한 믿음을 근본으로 삼는 가톨릭 신앙의 정수(精髓)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것이다.

    유 추기경은 자신을 한국인 최초의 교황청 장관으로 임명한 프란치스코 교황과 각별한 인연을 이어왔다. 그는 교황과 한국의 깊은 관계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교황은 2014년 8월 방한을 앞두고 그해 4월의 세월호 참사에 대해 상세히 보고받은 뒤 한국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추기경은 “그분은 한국이 70년 이상 분단된 현실에 대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안타까워했다”고 말했다. 또 대북 제재에 대해선 “‘배고픈 형제는 먼저 먹여야 한다’며 인도적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셨다”고 했다. 그는 “교황이 한국의 계엄령 소식을 듣고도 많은 걱정을 했다”고도 전했다.

    차기 교황 선출에 대해선 “예측은 무의미하다”며 “성령의 이끄심 속에 시대가 원하는 인물이 선출된다”고 했다. 이어서 “언론의 예측도 들어맞은 적이 없다”며 “누가 교황이 될지 미리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일축했다. 이탈리아 언론이 자신을 유력 후보 12인에 포함시킨 데 대해서는 “그냥 ‘하하하’ 하고 웃었다”며 “그런 가능성에 대해선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다음 교황이 아시아에서 나올까’ 하고 물은 외신 기자 질문에 “주님께는 동서양의 구분이 없다”고 답한 것은 “부모가 자녀들을 따로 구분해서 대하지 않듯 주님도 그렇게 우리를 대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유 추기경이 생각하는 차기 교황은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그는 “잘 듣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참으로 어려운 시대”라며 “이런 와중에 모두가 자기 목소리만 내고 남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프란치스코 교황도 항상 ‘잘 듣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차기 교황도)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이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쟁과 갈등이 넘쳐나는 세계 정세, 인공지능(AI) 등 기술의 급격한 발전, 또 가톨릭 교회의 변화 등 큰 도전 앞에서 해법을 찾아내기 위한 첫째 덕목은 ‘경청’이란 것이다.

    그는 “공감과 연민의 리더십이 이 시대가 바라는 것”이라고도 했다. 또 “전 세계 추기경들과 교회의 미래를 논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앞으로 이어질 콘클라베(교황 선출을 위한 비밀투표)에서 ‘준비된 발언’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부 보수 진영에서 ‘개혁적’이었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회의 여러 전통을 허물었다고 비판하는 데 대해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통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복음을 삶으로 실천한 가장 복음적인 교황”이라며 “진정한 개혁은 복음을 따르는 데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2025년 4월 26일 조선일보  바티칸=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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