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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결벽증" 김민석의 이토록 쉬운 돈벌이스크랩된 좋은글들 2025. 6. 28. 07:10
왜 정치인에겐 '키다리 아저씨'가 나타나 월 450만원씩 보내주고 수천만 원을 빌려주고 무슨 행사만 있으면 억대 현금이 들어오는지…
김민석 총리 후보자가 지난 25일 국회 인사 청문회에 참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그는 출판 기념회로 2억5000만원을 얻는 등 6억원의 신고외 수입이 있었다고 밝혔지만 관련 자료 제출은 하지 않았다.번 돈 보다 빠른 속도로 재산이 불어나는 정치인의 ‘재태크 마술’은 문재인 정권 시절 자주 불거졌다. 86운동권 대표 주자였던 대통령 비서실장은 1억5000만원 연봉이 공식 수입의 전부였지만 연간 등록금만 1억원 드는 미국 사립대에 딸을 유학 보냈다. 그러고도 재산을 2년 새 2억원 늘리는 신공(神功)을 과시했다. 전대협 의장 출신의 통일부 장관 역시 1억5000만원 세비로 아들을 스위스 유학 보내고도 예금이 4년간 3억3000만원 늘어났다. 그야말로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
재선 의원이던 86그룹 문화부 장관은 1년간 쓴 지출액을 720만원으로 신고해 화제에 올랐다. 월 60만원으로 3인 가족이 먹고 쓰고, 국제학교 다니는 딸 학원비 내고, 스페인 가족 여행까지 다녀왔다는 것이어서 예수가 약간의 떡과 물고기로 군중을 먹였다는 ‘오병이어의 기적’에 비유됐다. 그는 자기 가족이 얼마나 검소하게 사는지 반박에 나섰는데 “식비는 명절에 고기 등 선물로 들어온 것으로 해결했다”고 해 국민 부아를 돋웠다. 도대체 명절 선물이 얼마나 들어오길래 1년 내내 먹고 사냐는 조롱이 쏟아졌다.
그 후 정권이 두 번 바뀌었지만 이재명 정부에서도 똑같은 정치인의 ‘산수 문제’가 불거졌다. 김민석 총리 후보자의 수입과 지출 사이에 도통 아귀가 맞지 않았던 것이다. 세상사 그러려니 하고 눈감아 주기엔 비어있는 ‘소득 구멍’이 턱없이 컸다. 다른 정치인 사례에 비교하면 ‘0’ 하나가 더 붙었다고 할 만큼 단위 자체가 달랐다.
김 후보자가 지난 5년간 국세청에 신고한 소득은 세비 5억여원이 거의 전부였다. 하지만 추징금 6억원을 갚고 2억원 교회 헌금을 하는 등 쓴 돈은 총 13억원에 달했다. 아들 유학 비용 2억원은 전처(前妻)가 부담했다는 김 후보자 주장을 인정하더라도 지출이 소득보다 6억원 많았다. 그러면서도 재산은 도리어 늘어났다. 정체불명의 소득원이 최소 6억원 있었다는 얘기였다. 이 돈의 출처를 입증하는 것이 김 후보자 인사 검증의 핵심 쟁점이었다.
정치인이 궁지에 몰릴 때 갖다 대는 것이 경조사비다. 문 정권 시절, 대권 후보로도 거론되던 총리 후보자는 자금 출처에 3억원이 구멍나자 두 아들 결혼 축의금으로 1억5000만원씩 받은 것이라고 소명했다. 그렇게 액수를 맞춘 덕에 청문회를 통과했지만 베일이 드러난 정치인의 축의금 규모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김 후보자도 자신의 결혼식 수입이 1억원이었다고 밝혔다. 청첩장에 ‘축의금 사절’이라고 썼는데도 하객이 3000명이나 와서 봉투를 주었다고 했다. 장인상(喪) 때는 1억6000만원 조의금을 받았고, 두 차례 출판 기념회에서도 2억5000만원 수입을 올렸다고 했다. 무슨 행사만 있으면 억(億) 단위 현금이 들어왔다는 것이었다. 정치인의 돈 벌이는 일반인 상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모든 정치인이 다 그렇진 않았다. 보좌진조차 모르게 모친상을 치른 여당 대표, 친지만 불러 자녀 결혼식을 올린 대권 주자, 청첩장조차 안 돌린 야당 대표 같은 사례도 적지 않다. 어느 길을 걸을 것인지는 각자의 철학 문제겠지만, 김 후보자는 현금 들어올 기회를 사양하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 정치 활동에 쓰라는 취지로 숨통을 터준 출판 기념회 수입까지 개인 빚 갚고 재산 불리는 데 썼다.
이틀 간 청문회 내내 계속된 민주당의 김 후보자 감싸기는 처연할 정도였다. 김 후보자는 자료 제출을 질질 끌며 미꾸라지처럼 의혹을 피해갔다. 하지만 민주당은 그가 “아등바등 살았다”거나 “추징금을 성실히 갚으며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고 하며 의인(義人)으로 만들었다.
수억 원 불법 자금을 받고 수상한 금전 거래가 끊이지 않은 그가 “저는 돈에 결벽증이 있다”고 하는 대목은 차라리 코미디였다. 민주당은 김 후보자 재산이 2억원임을 내세워 청렴성을 강조했는데, 듣는 본인도 민망했을 듯했다. 그의 재산이 적은 것은 범죄에 대한 추징금 부담과 18년간 낭인으로 떠돈 무(無)노동의 결과다. 성실하게 일해도 먹고살기 힘든 서민들에겐 18년간 별 직업 없이도 생계가 유지되고 두 차례 유학까지 가능했던 김 후보자가 딴 세상에 사는 듯 느껴졌을 것이다.
김 후보자 청문회는 어떤 의혹도 해소하지 못하고 정치의 어두운 구석만 비춘 채 끝났다. 아무리 애써도 몇천 만원 모으기가 버거운 일반 국민으로선 출판 기념회만 열면 억대(億臺) 현금이 들어오고, 그 돈을 세금 한 푼 안내고 재산 형성에 쓰는 정치의 세계가 별천지처럼 보인다. 왜 정치인에겐 천사 같은 ‘키다리 아저씨’가 나타나 배추밭 투자 수익이라며 월 450만원씩 보내주고, 조건 없이 수천 만원을 꾸어주고, 공짜로 오피스텔도 빌려주는지, 의아하면서도 부럽다.
20215년 6월 28일 조선일보 박정훈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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