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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어르신에 3代째 '삼계탕 대접'스크랩된 좋은글들 2025. 7. 25. 06:12초복(初伏)이 지난 23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자치회관은 펄펄 끓는 삼계탕 냄새로 가득 찼다. 붉은색 앞치마를 맨 자원봉사자들이 마을 노인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며 삼계탕 그릇을 날랐다. 흰색 테이블에 둘러앉은 어르신들이 뜨거운 그릇을 ‘후후’ 하고 불었다. 주민 박복녀(84)씨는 “위가 줄어 밥을 많이 못 먹는데, 맛이 좋아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며 엄지를 추켜올렸다.
이날 회관에서는 지역 저소득·독거노인 250명을 초대해 복날 삼계탕을 대접하는 마을 잔치가 열렸다. 사회복지법인 현죽재단이 이번 행사에 재료값 200만원을 기부했다. 종로구 주민들이 모인 청운효자동 ‘마을행사추진위원회’가 2주 전부터 행사를 준비했다. 이날 서상준(62) 현죽재단 이사장(삼원그룹 회장)과 서은지(34) 현죽재단 이사도 직접 어르신들께 삼계탕을 옮기며 대접했다. 둘은 부녀지간이다.
이 행사는 30년 이상 이어져 왔다. 청운효자동에서 50년 넘게 살았던 고(故) 서원석 현죽재단 이사장이 지역사회에 보답하기 위해 기획했다. 서 전 이사장이 별세한 이후엔 장남인 서 이사장과 손녀인 서 이사가 후원을 이어가고 있다. 여름철 ‘삼계탕 대접’이 3대(代)째 이어지는 것이다.
이날 어르신들은 행사 시작 1시간 30분 전인 10시부터 자치회관 문을 두드렸다. 행렬은 정오까지 이어졌다. 일부는 휠체어를 타고 지팡이를 짚기도 했다. 20년째 행사에 참석한다는 주민 최경석(80)씨는 “서 전 이사장은 염천교에서 1만원짜리 구두를 사다 신고, 배고픈 사람이 있으면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주던 분이었다”고 했다.
서 이사장은 “효(孝)라는 개념이 점점 옅어지는 시대인데 아버님 유지에 따라 계속해서 마을 어르신들께 맛있는 삼계탕을 대접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 2015년부터 삼계탕 봉사에 참여해 온 주민자치위원장 유재영(61)씨는 “각박한 세상에서도 따뜻한 보양식 한 그릇으로 온정을 나눌 수 있어 매년 뿌듯하다”고 했다.
2025년 7월 25일 조선일보 최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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