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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한말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어른입니다
    낙서장 2025. 9. 23. 08:13

    함석헌 선생님이 남긴 글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있습니다. 한번은 출판사에서 당신의 글을 모아 책으로 내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 말을 듣고 함 선생님은 고민을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전에 어떤 말을 했는지 잘 모르겠는데 책이 나와 지금 하는 소리와 다르다면 크게 부끄러울 것 같아 사양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좀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하니 내가 지금 알지는 못하지만 그 때 한 이야기도 내가 했고 지금 하는 말도 내가 한 것이라면 피할 길이 없다고 생각해, 내가 한 말을 내가 책임지기 위해 출판을 허가했다고 합니다.

     

    내 생각을 말로 표현한 모든 결과는 내가 책임을 진다는 말씀. 원문을 그대로 옮기진 못했으나 그런 내용의 말씀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로서는 참 감명이 깊어 지금도 마음에 새기고 있는 글입니다. 사람의 생각은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변합니다. 변하는 것이 사 리에 맞습니다. 어른이 되어서 아직도 어릴 때의 생각만 갖고 있다면 미숙한 것입니다.

     

    생각에 대해 심리학이 말하는 바는 이렇습니다. 사람은 성장 초기에 비논리적 생각을 합니다. 차츰 성장하면서 논리적인 생각으로 진화합니다. 그리고 성숙한 경지에 이르면 논리를 뛰어넘는 비논리적 생각을 갖게 된다고 합니다.

     

    어릴 때의 비논리적 생각과 성숙해진 후의 논리를 뛰어넘는 비논리는 같은 비논리이긴 해도 엄청나게 다릅니다. 추상적이며 초월적인 사고가 가능해진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말에 관해서라면 최고의 달인은 정치가라 할 수 있습니다. 말도 잘 하지만 꾸며내기도 잘합니다. 같은 사실을 두고도 자신이 원하는 쪽 으로 해석되도록 전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입니다. 구설수에 오르는 정치인의 말을 참을성 있게 들어보면 앞뒤가 맞지 않거나 빠져나갈 구석을 묘하게 만들어놓은 허언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정치는 생물이라고 말하는 정치인도 있습니다. 말과 입장이 변한다는 것을 합리화하기 위해 또한 만든 말이 아닐까 합니다.

     

    유태인 속담에 이런 것이 있습니다. "한 가지 거짓말은 거짓말이고, 두 가지 거짓말도 거짓말이나 세 가지 거짓말은 정치인의 것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심각하게도 거짓말이 자연스러운 일상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를 전문용어로 병적허언(病的虛言, Pathological Lying)이라 합니다. 흔히 사기꾼이나 협잡꾼, 반사회적 인격자의 언행을 설명하면서 붙이는 용어입니다.

     

    보통 거짓말은 이차적 이득을 목적으로 삼습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거짓말을 일삼는다는 뜻이죠. 그런데 병적허언은 얻을 것이 없거나 미미한데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또 강박적으로 거짓말을 반복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 중요한 점은 자기가 한 거짓말이 거짓말이라고 인식을 못 한다는 것입니다.

     

    어른이란 사회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일컫습니다. 즉 책임을 질수 있는 사람인 것이죠. 그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것이 자신 이 한 말에 대한 책임입니다.

     

    꼭 작정하고 한 말이 아니더라도 은연중에 주고받는 소문이나 다른 이에 대한 평가 또한 모두 책임져야 하는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거짓말하는 정치가만 나무랄 일이 아닙니다

     

    어찌 보면 함석헌 선생님의 염려는 어른으로서 너무나 당연한 염려였을 것입니다. 내가 했던 말이 비논리적인 말은 아니었을까, 나도 모르게 그릇된 정치인 같은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닐까, 아니면 스스로 거짓인 줄도 모르고 떠벌린 말이 아닐까. 이런 점들을 깊이 고민하고 성찰했던 흔적으로 생각됩니다. 생각이 바뀌면 말이 바뀌는 것은 정당한 이치입니다. 그러나 이득 을 목적으로 하는 거짓말이나 허언은 책임을 생각하지 않는 말이므로, 어른이 할 말이 아닙니다.

     

    2025년 9월 23일 

     

    이근후 지음 오늘은 내인생의 가장젊은 날입니다.’ 책에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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