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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자원봉사를 마치며 받은 감사패낙서장 2018. 7. 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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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8일 정계천 안내 통역 자원봉사자들이 모두 감사패를 받았다. 2005년 10월 1일 청계천이 개방된 이래 지금까지 해오던 자원봉사활동이 7월부터 문을 닫게 되면서 이 업무를 주관했던 서울 시설관리공단에서 자원봉사자들에게 그간의 노고에 감사하머 감사패 수여식 행사를 거행한 것이다. 참석한 봉사자들은 청계천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봉사활동을 들으며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나의 자원봉사활동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IMF 외환위기를 맞았던 1998년 퇴직을 한 후 잠시 방황하기도 했으나 바로 마음을 잡아 지나온 시절 무사히 살아왔음을 감사하며 새로운 삶을 살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면서 자원봉사를 생각하게 되었다. 이를 위해 영어학원에 등록하여 일년 간 영어공부를 한 후 2002년 6월 한국 국제 협력단에서 모집하는 해외자원봉사에 지원하여 선발되었다
당시 나는 60세를 넘긴 최고령 자원봉사자로 선발되었다. 자원봉사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시절이라 신문이나 TV에서 나의 이야기가 소개되었고,2002년 연말에는 특집으로 나의 봉사활동이 소개되기도 했다.
나의 첫 봉사활동은 우리나라에서 스리랑카에 세워준 한스 직업훈련소의 컴퓨터 강사였다. 처음에는 강의할 마땅한 교재가 없어 몇 날을 새워가며 원고를 수집하여 영어교안을 만들었다. 강의하면서는 우리와 문화가 달라 일어난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았다. 컴퓨터 사용법을 설명하고 알았냐고 물었더니, 몰라서 미안한 듯 고개를 천천히 옆으로 흔들었다. 그게 안다는 뜻인데, 나는 모른다는 줄 알고 세 번이나 같은 내용을 반복했다. 그곳에는 우리처럼 안다고 아래위로 끄덕이는 제스추어가 없다. 안다고 할 때는 천천히, 모른다고 할 때는 빨리 좌우로 머리를 흔든다.
지역주민과 친숙해지려고 무료로 사진 촬영을 해주고는 그들로부터 고맙다고 받은 망고를 며칠 동안 먹어 피부가 노랗게 변했던 일, 학생들과 함께 선물을 마련하여 양로원을 방문했던 일, 그들을 위해 봉사활동비를 아껴 주선한 졸업여행, 귀국할 때 고마워하며 잊지 않겠다던 말들은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무더운 날씨와 열악한 환경에서도 무사히 봉사활동을 마치고 얻은 가장 큰 수확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이후 그 자신감으로 보스톤 마라톤 완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래킹, 전남 해남 땅끝 마을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도보 완주, 자전거를 타고 4대강과 서울에서 부산까지 국토종주를 할 수있었다.
2002년부터 2년간 스리랑카에서 해외봉사를 하는 동안 봉사의 의미를 점차 느끼며 국내에 들어가서도 기회를 만들어 봉사를 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2005년 10월 1 일부터 청계천 봉사를 시작했는데 7월부터 문을 닫는다니 아쉬운 마음도 있다.
오늘 감사패를 받으며 드는 생각은 날씨나 공휴일에 관계없이 봉사하는 동안 가끔 어려운 일이 있긴 했으나 열심히 봉사하여 매스컴에 소개되었고 작년에는 대한민국 자원봉사대상에 선정되어 국무총리표창을 받았다. 돌아보니,힘든 일보다는 즐겁고 감사한 일이 훨씬 더 많았다는 것이다.
청계천 통역 자원봉사 감사패 수여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혼자 감사패를 들여다보며 사색에 잠긴다. 스리랑카에서 시작한 자원봉사가 청계천에서 멈추게 되는구나! 지금까지는 사랑,감사, 도전에 삶의 의미를 두었다면 이제부터는 삶의 의미를 어떻게 수정하지? 거창한 존재의 의미를 찾기보다 내 주변에서 작은 보람을 다시 찾아가야겠다.
위글을 한전 전우회보(2017년 7월호)에서 아래와 같이 소개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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