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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까치밥을 남기는 삶: 배려라는 이름의 가장 아름다운 흔적종교문화 2026. 3. 22. 17:29
늦가을, 빈 가지 끝에 위태롭게 매달린 붉은 감 몇 알을 본 적이 있으신지요. 우리 조상들은 그것을 ‘까치밥’이라 불렀습니다. 혹독한 겨울을 날 산새들을 위해 가장 높은 곳의 열매를 기꺼이 남겨둘 줄 알았던 마음. 그것은 단순한 여유를 넘어, 이름 모를 생명에게조차 존엄을 지켜주려 했던 우리 민족 고유의 깊은 ‘배려’였습니다.
이러한 배려의 정신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더욱 눈부시게 빛납니다. 경주 최부잣집의 쌀 뒤주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뭉클합니다. 그들은 굶주린 이웃을 위해 뒤주를 내놓되, 대문 밖이 아닌 집안 깊숙한 곳,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두었다고 합니다. 양식을 가져가는 이가 혹여나 부끄러움을 느낄까 봐, 그들의 ‘자존심’까지 세심하게 보살폈던 것이지요. "가져가라"는 시혜적인 태도가 아니라, 받는 이의 마음까지 헤아린 진정한 '대접'이었습니다.
오늘 저희 교회(정신여고 강당 주님의 교회)에는 아주 특별한 손님이 오셨습니다. 예전 저희 교회에서 헌신하셨고, 지금은 ‘밥퍼’ 봉사로 잘 알려진 다일공동체 다일교회의 담임이신 정청화 목사님입니다.
사실 저희 가족과 다일공동체의 인연은 꽤 깊습니다. 예전 천사병원을 건립할 때, 온 가족이 마음을 모아 ‘천사 회원’으로 참여하며 나눔의 기쁨을 누렸던 기억이 새삼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오늘 목사님께서는 레위기 19장의 말씀을 통해 ‘배려’에 대해 설교해 주셨습니다.
“너희 땅의 곡물을 벨 때에 너는 밭 모퉁이까지 다 거두지 말고. 가난한 사람과 타국인을 위하여 버려 두라 나는 너희 하나님 여호와니라 (레 19:9-10)”
이 말씀을 들으며 예전의 설렘과 감동이 다시금 되살아났습니다. 성경이 말하는 나눔은 결코 일방적인 시혜가 아닙니다. 내가 가진 것을 조금 떼어주는 행위를 넘어, 상대방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곁을 내어주는 일입니다.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가장 아름다운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아마도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돌보고, 넉넉한 자가 부족한 자를 채워주며, 서로가 서로에게 기꺼이 ‘까치밥’이 되어주는 그런 세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의 인생 철학인 ‘감사, 배려, 도전’ 중에서도 오늘따라 ‘배려’라는 단어가 유독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우리가 세상에 남길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흔적은 높은 업적이 아니라, 누군가를 향한 따뜻한 시선과 배려일 것입니다.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기 전, 우리 마음의 감나무에도 붉은 까치밥 하나 남겨두었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며 사는 세상, 그곳이 바로 제가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2026년 3월 22일 주일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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