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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산을 벗어야 비로소 보이는 하늘
    낙서장 2026. 5. 13. 07:55

     

    비가 내리는 날, 우리는 두 갈래 길 앞에 섭니다. 우산을 쓰고 젖지 않은 채 목적지로 향할 것인가, 아니면 우산을 접고 온몸으로 빗줄기를 받아내며 하늘을 올려다볼 것인가.

     

    비속에서의 안도감, 그리고 해방감

    돌이켜보면 예전 해외 봉사를 나갔던 시절, 그곳은 거의 매일 습관처럼 비가 내리곤 했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빗속을 뚫고 가야 했던 날들, 우산은 나를 비로부터 지켜주는 유일한 방패였습니다. 뽀송뽀송한 옷을 유지한 채 교실에 도착했을 때 느끼는 안도감은 우산이 주는 작은 평화였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그 우산을 내려놓고 싶을 때가 있었습니다. 쏟아지는 빗줄기에 몸을 내맡길 때, 역설적으로 가슴 밑바닥에서 치밀어 오르는 해방감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비를 피하는 것이 '보호'라면, 비를 맞는 것은 '자유'이자 세상을 직시하는 '용기'였습니다. 이렇듯 세상 모든 일에는 단 하나의 정답이 아닌, 늘 두 가지 얼굴이 함께 공존합니다.

     

    상식이 흔들리는 시대의 혼란

    요즘 뉴스를 접하다 보면 내가 알고 있던 세상의 질서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던 시절은 옛말이 되고, 교실 안에서는 폭행과 민원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제자들의 앞날을 우려해 잘못된 기록조차 남기지 못하는 현실, 아이들과의 추억이 되어야 할 수학여행을 두려움 때문에 기피해야 하는 선생님들의 처지를 보며 마음이 무겁습니다.

     

    어쩌면 내가 구시대의 가치관에 갇혀 세상을 잘못 읽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의 사고 영역을 이탈한 이 낯선 풍경 앞에서 허망한 자문을 던져보기도 합니다. 양면성을 인정해야 한다지만, 보호받아야 할 가치가 훼손되고 책임져야 할 행동이 묵인되는 현상을 그저 '가치관의 차이'로만 치부하기엔 가슴 한구석이 서글퍼집니다.

     

    오늘, 우리가 우선해야 할 가치

    이 혼돈의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우선해야 할까요? 무엇이 진정으로 이 나라와 이 세상을 위하는 길일까 곰곰이 생각에 잠겨봅니다.

     

    우산을 써서 나를 보호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우산을 벗어 던지고 비를 맞으며 하늘을 보는 혜안이 필요합니다. 당장의 편리함이나 회피보다는, 비록 젖고 고되더라도 본질을 마주하는 선택 말입니다. 교육의 본질이 바로 서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드는 일은 결국 우리 각자가 어떤 가치를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비가 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 우리가 마주한 이 진통 또한 더 건강한 나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비를 피할 안도감보다, 빗속에서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볼 수 있는 그 꼿꼿한 정신이 우리 사회에 다시금 가득 차기를 소망해 봅니다.

     

    2026년 5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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