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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에 꺼내 본 보물, 어느 교장 선생님의 손 편지낙서장 2026. 5. 11. 18:21
5월 15일, 스승의 날이 되면 가슴 한구석에 묻어두었던 해묵은 추억들이 하얀 목련처럼 피어납니다. 먹고 사는 것이 고단했던 그 옛날, 경기도 용인 복음농민학교에서 보낸 중학교 시절은 제 인생의 뿌리가 되었습니다.
농촌의 에덴동산을 꿈꾸며 강태국(서울 성서대학 설립자) 목사님이 세우셨던 그 학교는 당시 농촌 계몽의 산실이었습니다. 새마을 운동의 선구자 격인 유태영 박사님이 교장으로 계시기도 했던 그곳에서, 저는 참된 스승의 사랑을 배웠습니다.
전기요금 대장으로 찾아낸 그리운 이름
1958년 2월, 시골 소년이 서울로 유학을 떠나겠다며 고교 입시를 치르러 갈 때, 여비에 보태라며 선뜻 돈을 쥐여주셨던 이인철 선생님을 잊을 수 없습니다. 한전에 근무하던 시절, 그 고마움을 갚고 싶어 수소문 끝에 선생님께서 경상도에서 목장을 하신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IT 기술이 지금 같지 않던 시절이었지만, 저는 선생님을 찾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직접 프로그램을 작성해 전기요금 대장을 검색했습니다. 결국 경상도 어느 목장의 '이인철'이라는 이름을 찾아냈고, 수십 년 만에 감격스러운 재회를 할 수 있었습니다.
90세 스승님이 보내주신 마지막 기도
그 만남을 통해 당시 이근태 교장 선생님의 소식도 알게 되었습니다. 독실한 기독교인이셨던 교장 선생님을 찾아뵐 때, 차마 술은 올릴 수 없어 약간의 육류와 마음을 담은 봉투를 들고 갔었지요.
며칠 후, 90세를 훌쩍 넘기신 노(老)스승님께서는 서툰 제자의 방문에 감동하셨는지 정성 어린 손 편지를 보내주셨습니다. "자네를 위해 내가 숨을 거두는 날까지 기도하겠네."라는 문장은 지금도 제 마음을 울립니다.
다만, 편지 말미에 정갈하게 쓰인 몇 글자를 아직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시 여쭈어보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이제 선생님은 세상을 떠나시고 안 계시니 그 글자는 영영 저만의 소중한 숙제로 남았습니다. 고마운 마음으로 그 편지를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습니다.
순찰차를 타고 간 세배 길
또 한 분, 고등학교 은사이신 한총라 선생님과의 추억도 각별합니다. 2004년 스리랑카 해외 봉사를 마치고 귀국해 첫 새해를 맞았던 2005년 1월 초였습니다. 눈이 소복이 쌓인 상계동 낯선 길 위에서 선생님 댁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었지요.
마침 지나가던 순찰차를 세워 사정을 말씀드렸더니, 경찰관분이 깜짝 놀라시더군요. "요즘 세상에도 선생님께 세배 가는 제자가 있습니까?"라며 흔쾌히 순찰차로 저를 선생님 댁 대문 앞까지 에스코트해 주셨습니다. 그 경찰관의 차 번호라도 외워두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 따스했던 배려 역시 제 마음속 '아름다운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았습니다.
세월은 흘러 스승님들은 곁을 떠나셨거나 머리가 희끗해지셨지만, 제자가 받은 사랑은 닳지 않고 더욱 선명해집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도 오늘 하루, 마음속에 계신 스승님께 감사의 안부 한마디 건네보시는 건 어떨까요?
2026년 5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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