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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단 말에 행복" 95세 할머니의 33년 급식 봉사스크랩된 좋은글들 2019. 12. 31. 10:12
"감사하단 말에 행복" 95세 할머니의 33년 급식 봉사
영등포 무료 급식소 '토마스의 집'
정희일씨, 매일 배식·정리 맡아 역대 최고령 'LG의인상' 수상
"많은 젊은이들 봉사하러 와주길"
"남기지 말고 먹어요. 밥 더 필요하면 말하고."
지난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역 인근 무료 급식소 '토마스의 집'은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모인 노숙인들로 가득 찼다. 식사를 하기 위해 찾아온 이들이 선 줄은 급식소 뒷골목 50여m까지 이어졌다. 30여 자리는 한 명이 식사를 마치고 일어나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사람으로 채워졌다. 식사를 하고 문을 나서는 이들은 빠짐없이 백발노인에게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서울 '토마스의 집'에서 33년 동안 무료 급식 봉사를 해온 공로로 역대 최고령 'LG의인상' 수상자가 된 정희일 할머니는 '특별한 일 하는 것도 아닌데 뭐하러 나를 인터뷰하느냐'며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서울 '토마스의 집'에서 33년 동안 무료 급식 봉사를 해온 공로로 역대 최고령 'LG의인상' 수상자가 된 정희일 할머니는 "특별한 일 하는 것도 아닌데 뭐하러 나를 인터뷰하느냐"며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고운호 기자
인사를 받은 노인은 정희일(95) 할머니다. 그는 이곳에서 지난 33년간 매일 같이 봉사해왔다. 오랜 기간 직접 장도 보고 음식을 만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고령으로 인해 조리와 배식 봉사 대신 식탁 정리와 간식 배부 등으로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정 할머니가 봉사를 시작한 것은 이곳에 무료 급식소가 처음 생긴 1986년. 당시 천주교 영등포동성당 주임신부였던 염수정 추기경(현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이 성당 인근의 어려운 이웃들을 돕자며 세운 급식소에 동참했다. 이후 1993년에 김종국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가 급식소 운영을 이어받으면서 급식소 이름이 '토마스의 집'이 됐다고 한다.
정 할머니는 목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하고 주 5일 문을 여는 이곳에 매일 아침 당산동 자택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출근한다. 젊어서는 걸어다녔다고 한다. "예전엔 버스 한두 정거장 거리는 걸어다니는 게 당연했는데 이제는 가까운 거리라도 버스를 타게 되더라"며 "내가 나이가 든 것이 실감 나 아쉬울 때가 많다"고 했다.
정 할머니는 귀가 어둡고 한쪽 눈의 시력이 좋지 않다고 한다. 내년 1월 눈 수술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봉사하는 게 힘이 들거나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여기 와서 이렇게 움직이는 게 운동 되는 거지. 사람들 만나고 얘기하는 것도 즐겁고. 다른 건 몰라도 치매는 안 걸리지 않을까?"
정 할머니는 봉사 정신을 인정받아 최근 LG복지재단에서 'LG의인상'을 받았다. 나라와 사회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의인(義人)이나 이웃을 위한 선행과 봉사로 귀감이 된 시민들에게 주는 상이다. 정 할머니는 "특별한 일을 한 것도 없는데 상도 받고 언론 인터뷰도 하는 것이 부끄럽기만 하다"며 "그래도 LG에서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인지, 토마스의 집에 새 냉장고 4대 놔주고 생필품도 넉넉히 지원해줘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정 할머니가 LG의인상을 받고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쏟아지자 가족들은 할머니가 힘들어할까 봐 이번 달 말까지 봉사를 쉬라고 권유했다. 그러나 하루도 지나지 않아 '나 급식소 가면 안 되느냐' '나 언제부터 나갈 수 있느냐'고 하는 바람에 하루 만에 다시 급식소에 나오게 됐다고 한다. 이토록 봉사에 애착을 보이는 이유를 물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그냥 젊은이들이 봉사하러 많이 와주면 좋고, 밥 먹으러 온 사람들 밥 잘 먹으면 그게 좋은 거고,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들으면 기분 좋잖아. 그게 다야. 다른 거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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