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는 머리와 마음 모두 펼요하다.

생각에는 머리와 마음 모두 펼요하다.

공자는 《논어》 위정편에서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學而不思則岡 思而不學則殆)"고 했다. 학과 사가 결합된 단계는 각(覺)으로 표현할수 있다. 배우고 생각해 자신만의 시각으로 새롭게 보는 것이 깨달음이다.

오늘날 우리는 ‘생각=두뇌작용’으로 여기지만 고대 중국인들은 정수리, 즉 머리와 마음의 합동작용이라 생각했다. 생각에는 머리와 마음 모두 필요하다. 오늘날 말하는 사랑(love)도 거슬러 올라가면 사량(思量)이다. 즉 사랑한다는 것은 생각하고 헤아리는 마음이라는 애뜻함이 자리하고 있다. 동양적 사고에서 생각이란 냉철한 이성의 단독 작용이라기 보다는 그리워하고 아끼는 감성과， 머리로 사고하는 이성의 융복합적 단어다. 사모곡(思母曲)에 들어가는 사(思)가 마음에 중심을 둔 감성이라면 사고， 사색 등에 들어가는 사(思)는 정수리에 중심을 둔 이성이라 할 수 있다.

공부 유형을 거칠게 나누면 크게 두 가지다. 책으로 배우는 것과 경험에서 배우는 것이다. 어느 한쪽에만 치우치면 한계가 있다. 생각이 없으면 지식이 많아도 실생활과 업무에 응용할 수 없다. 오히려 많이 배울수록 지식에 눌려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혼자 생각만 하며 선인의 지혜를 배우지 않는 사람 역시 문제다. 자신의 경험만 믿고 의지하는 단순한 독단파가 되기 쉽다. 생각 없이 배우기만 하는 백면서생은 세상 돌아가는 물정을 몰라 주위 사람을 썰렁하게 만들고， 자신의 경험에만 의지하는 사람은 독단적이어서 주위 사람을 싸늘하게 만든다. 그러니 배움과 생각은 언제나 결합되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못하는 백면서생의 어리석음을 빗댄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백락은 춘추시대 진(奏)나라 사람으로， 말 감정가로 유명했던 인물이다. 백락은 아들에게 말 감정법을 가르치면서， 좋은 말은 “이마는 불쑥 나오고， 눈은 톡 튀어나와야 하며， 말발굽은 누룩을 쌓은 것처럼 생겨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아버지가 가르쳐준 대로 아들은 좋은 말을 구하려고 방방곡곡 돌아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드디어 “아버님께서 말씀하신 명마와 똑같이 생겼습니다.”라며 무엇을 가져왔다. 그러나 ‘그것’을 본 백락은 아들의 어리석음에 기가 막혀 할 말을 잃었다고 한다. 아들이 ‘명마의 조건’에 맞다 고 하면서 갖고 온 것은 바로 두꺼비였다. 불쑥 나온 이마, 왕방울처럼 톡 튀어나온 눈， 누룩을 쌓은 것처럼 굽은 발까지, 모두 글귀에 부합했지만 실상과는 달랐음을 아들은 알지 못했다. 말의 본질은 도외시하고 아무 생각 없이 아버지가 들려준 조건만 달달 외웠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여기에서 어리석은 사람을 빗대어 ‘백락자(伯樂子)’라 하게 되었다.

반면 배우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성공경험에만 의지하려 하는 맨땅 헤딩파도 위험하다.

한나라 유방의 신하 중에 육가(陸賈)란 선비가 있었다. 그는 늘 《시경(詩經》과 《서경 (書經》을 인용했다. 학력 콤플렉스가 있던 유방은 평소 이를 고까워했다. 하긴， 그는 ‘입만 살아 있는’ 선비들을 경멸해 일찍이 갓을 뒤집어놓고 신하들 앞에서 소변을 보며 망신을 줬던 인물 아닌가.

“나는 (그런 것 없이도) 말 잔등에서 천하를 얻었다. 《시경》과 《서경》이 무슨 소용이냐."

 

그러나 육가는 전혀 기죽지 않고 대답했다.

“천하를 얻는 것은 말 위에서 이뤄지지만， 천하를 다스리는 것은 책상 위에서 이루어집니다. 공부하지 않는 사직이 1000년을 이어갈 수는 없습니다. 말 잔등에서 천하를 얻었다고 말 잔등에서 천하를 다스릴 수 있겠습니까? (중략)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한 뒤 인의의 정치를 펼치고 옛 성왕을 본받았더라면 폐하께서 어찌 천하를 얻을수 있었겠습니까?"

육가는 “나라를 세우는 것은 말 달리며 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평화시 나라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려면 책상에서 공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오늘날의 리더들에게도 통하는 말이다. 특히 간난신고 끝에 자수성가 한 리더일수록 자신의 현장경험에 골몰해 성공의 몇에 빠지기 쉽다. 맨땅에 헤딩한 경험은 물론 훌륭하지만， 맨땅이 아닌 다른 지형에 적응하려면 또 다른 배움이 필요하다. 이론을 통해 경험을 체계화하고 확장해야 진보가 가능하다.

“만약 당신이 가진 도구가 망치 하나뿐이라면 당신은 모든 문제를 못으로 보게 될 것이다" 미국의 작가 마크 트웨인의 촌철살인 한마디다. 내게 망치밖에 없다는 이유 때문에 작은 고리를 못으로 칙각하기도 하고， 심지어 구멍을 못이라고 완전히 잘못 볼 수도 있다. 창업을 성공하게 한 ‘자원’ 은 자칫 ‘망치 하나’가 되어 더 쓸모 있는 다른 도구를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고 교만에 빠지게 해 당신의 뒤통수를 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