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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미애 당선인의 평범한 포부에 보수정치의 길이 있다.
    스크랩된 좋은글들 2020. 4. 27. 08:30

    이번 총선에서 부산에서 당선된 통합당 김미애 당선인이 본지 인터뷰에서 "통합당은 공감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참패했다"고 했다. "국민은 함께 울어주고, 넘어지면 손잡아서 일으켜 주는 정치를 원하는데 통합당의 모습은 폼 잡고 의전 좋아하는 것으로 비춰졌다"는 것이다. 통합당의 패배 원인을 두고 많은 분석이 나왔지만 이 얘기만큼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김 당선인의 얘기가 공감을 자아내는 것은 그가 살아온 삶의 경험이 배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 당선인은 어려서 고아가 됐고, 방직공장 근로자를 거쳐 초밥집을 운영하다 세상의 부조리를 느껴 늦깎이 공부로 야간 대학에 들어갔다. 야간 대학 공부로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됐다. 그 후 아동·여성을 도우려 700여건의 국선 변호를 맡았다. 미혼이면서도 아이 셋을 입양해 키우고 있다. 그야말로 '흙수저' 같은 배경에서 스스로 딛고 일어나 자신의 삶을 일군 사람이다.

    김 당선인은 '왜 민주당 아닌 통합당에 가느냐'는 말을 들었을 때 고통스러웠지만, 통합당 강령을 읽어보니 자신과 맞는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열심히 살아서 내가 잘 살고 그것으로 어려운 사람 돕는 것"이 곧 자기 삶의 궤적이었는데 보수의 가치도 다르지 않더라는 것이다. 김 당선인은 진보 좌파의 위선이 싫었다고도 했다. "그들 중 일부는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존중하지 않더라"며 "열심히 사는 사람을 향해 '뭐하러 그렇게 치열하게 사느냐'는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지난해 국민들은 '진보'를 자처하는 인사들의 위선을 생생하게 목격했다. 조국씨를 비롯해 많은 진보 진영 인사가 말로만 '정의' '민주' '인권' '여성'을 독점하면서 행동으로는 편법과 반칙을 휘두르는 '내로남불'의 민낯을 드러냈다. 김 당선인은 그들이 "자사고·특목고에 반대하면서 자기 아이들은 미국 유학을 보낸다" "자신만 옳은 척 대중을 선동한다"고 했다. "가난하게 태어난 사람이 부자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은 박수받을 일이지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이 말에 동의하지 않을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통합당은 열심히 사는 사람을 위한 당이 아니라 가진 사람, 있는 계층을 위한 '기득권 정당'으로 각인됐던 게 사실이다.

    김 당선인은 "20대는 (통합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만나 내 삶을 얘기하니 10명 중 9명은 공감했다"며 "좀 더 열심히 이들을 만나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고 했다. 통합당이 젊은 층의 마음을 얻는 길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통합당은 기록적 참패를 겪었으면서도 여전히 수습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자기반성보다 당권과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자리다툼만 한다는 인 상을 준다. 이들 누구도 왜 정치를 하며, 왜 보수의 가치를 추구하는지에 대해 국민을 설득하지는 못하고 있다.

    김 당선인 말처럼 '열심히 살아서 내가 잘 사는 것' '그것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이 바로 '자유'와 '책임' '헌신'이라는 보수의 가치다. 이런 사람이 박수받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김 당선인의 포부가 모여 새로운 정치를 그려나가기를 기대한다.

     

                              2020년 4월 27일자 조선일보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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