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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에 1달러도 안 줬다"
    스크랩된 좋은글들 2020. 7. 29. 08:04

    2002년 3월 미 의회조사국의 래리 닉시 연구원이 '현대가 북한에 금강산 사업비 외에 4억달러의 비밀 자금(Secret payments)을 줬다'는 보고서를 썼다. 당시 현대와 북한의 이면 계약설이 돌았지만 구체적 금액이 나온 건 처음이었다. 그는 "한국 국회가 조사하면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와 현대 모두 '헛소문'이라고 일축했다.

     

    ▶그해 6월 서해에서 북 경비정이 우리 고속정을 기습 공격했다. 국군 6명이 전사한 제2연평해전이다. 북 경비정이 우리 고속정을 단번에 명중시켰다는 보도를 보고 북이 신무기를 썼다고 생각한 국민이 적지 않았다. 엄낙용 당시 산업은행 총재도 그중 한 명이었다. '닉시 보고서'에는 북한이 한국에서 받은 거액의 현금을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한다는 CIA 분석이 나온다.

     

     

    ▶그해 9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엄낙용 총재가 현대상선이 산은으로부터 대출받은 4000억원(4억달러)에 대해 엄호성 의원의 질의를 받았다. 그는 현대상선 사장이 "우리가 쓴 돈이 아니다. 정부가 대신 갚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 문제로 국정원 대북담당 차장을 만났다고도 했다. 4000억원 대출을 승인한 전임자(당시 금감위원장)가 "나도 고민했다. 청와대 비서실장이 하도 말씀하셔서 어쩔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불법 대북 송금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엄 총재는 2017년 회고록에서 "제2연평해전 당시 북한군의 무장이 남한에서 보낸 자금으로 이루어진 것일 수 있다는 생각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했다. 또 2002년 초 만난 S그룹 임원이 '(김대중) 정부가 대북 사업 참여를 요구하고 있는데 골치가 아프다'고 하더라며 '(나는) 현대에 이어 다른 기업까지 대북 사업에 연루되는 것은 절대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겼다'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대북 송금을 직접 밝히기로 결심한 이유다.

     

    ▶결국 2003년 대북 송금 특검 수사에서 김대중·김정일 정상회담 '뒷돈'으로 북에 4억5000만달러가 넘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 발표 직후 엄 총재는 "덮어두면 가슴속에 암 (癌)이 될 것 같아 진실을 얘기한 것"이라고 했다. 대북 송금에 합의한 사람은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이었다. 그는 "1달러도 안 줬다"고 거짓말을 계속 했다. 증거가 다 드러나 감옥에 갔다. 그 박지원이 국정원장이 됐다. 그런데 청문회에서 '북에 30억달러 제공 이면 합의서'에 대해 "위조 서류"라고 했다. '1달러도 안 줬다'는 거짓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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