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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허울 쓴 독재 배격해야"스크랩된 좋은글들 2020. 8. 4. 05:39
신임검사 신고식서 발언 "권력형 비리 당당히 맞서라"
윤 총장이 이날 '독재' '전체주의' 등을 언급한 것을 두고 검찰 주변에선 "현 정권 수사 검사들을 모조리 좌천시킨 '학살 인사'를 하고, 정권 수사 방지용이라는 '검찰 수사 범위 축소'를 추진 중인 청와대·법무부를 겨냥한 발언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윤 총장은 또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Rule of law)를 통해 실현된다"며 "대의제와 다수결 원리에 따라 법이 제정되지만 일단 제정된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집행돼야 한다"고 했다. 윤 총장의 이날 발언이 현 정치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인지는 명확히 드러나 있지 않다. 그러나 법조계 인사들은 "윤 총장을 둘러싼 정치 지형을 감안한 발언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고 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총선 압승 이후 폭주하고 있는 정부·여당을 겨냥한 말일 것"이라고 했다.
'다수결 원리에 따라 법이 제정된다'는 부분은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여당이 법률 제·개정을 통해 검찰을 압박할 수 있는 현 상황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일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제정된 법은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부분은 현 정권 인사들도 위법이 있다면 같은 법의 잣대로 처벌받아야 하지만 외려 검찰에 대한 노골적 보복을 하고 있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날 쏟아낸 말들은 '작심 발언'에 가깝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관측이었다. 윤 총장은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법 집행 권한을 엄정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등 현 정권 수사도 계속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 피해자와의 면담 약속을 취소하고 피소 사실 유출 의혹에 휩싸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행태 등을 지적한 것 같다"고 했다.
윤 총장은 또 "검사는 수사 대상자와 국민을 설득해 (수사에 대한) 공감과 보편적 정당성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채널A 사건 수사팀이 현 여권이 문제 삼는 쪽만 무리하게 수사하다가 '폭행 압수수색' '편법 감청' 논란을 빚은 것을 지적했다는 관측이다. 그는 또 "검사는 언제나 헌법 가치를 지킨다는 엄숙한 마음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정의롭게 법 집행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윤 총장이 이날 재차 '공평'이란 단어를 언급한 데 대해선 "현 정권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여권 세력이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어 "여러분은 늘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개진하면서도 선배들의 지도를 받고, 선배들의 의견도 경청해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최근 채널A 사건 처리 과정에서 대검의 지시를 듣지 않고 한쪽만 수사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겨냥한 말이란 분석이 나왔다.
윤 총장은 "구속은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를 대단히 어렵게 하므로 절대적으로 자제되어야 한다"며 "방어권 보장과 구속의 절제가 인권 중심 수사의 요체"라고도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윤 총장이 인권을 중시하는 본래 의미의 '검찰 개혁'에 대해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이날 법무부에서 열린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 "검사는 인권감독관"이라며 "검찰의 신뢰 회복을 위해선 절제되고 균형 잡힌 검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했다. 올 1월 추 장관의 부임 후 서울중앙지검장이 된 이성윤 검사장도 취임사에서 "절제와 자제의 검찰권 행사가 필요하다"고 했었다. 추 장관은 이날 또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 이라는 말처럼 스스로에게 엄격하되 상대방에게는 봄바람처럼 따스한 마음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018년 2월 '춘풍추상(春風秋霜·대인춘풍 지기추상의 준말)'이라고 적힌 액자를 청와대 비서관실에 선물했었다. 그러나 '조국 사태' 등을 거치면서 "현 정권 사람들은 자기편에만 봄바람 같고 상대편에는 가을 서리 같다"는 비판이 나왔다.신임검사 신고식에서 윤설렬 검찰총장 연설전문
Ⅰ
오늘 대한민국의 검사로서 첫 발을 내딛는 여러분! 환영합니다.
꾸준히 노력하여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이 자리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오늘 이 기쁜 자리를 함께 축하해 주시기 위하여 부모님과 가족, 친지분들이 와주셨습니다.
이분들의 성원과 보살핌이 없었다면 여러분들이 이 자리에 오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잘 성장한 귀한 자제분들을 검찰에 보내주신 부모님들께 검찰을 대표하여 깊이 감사드립니다.
Ⅱ
이제 검사가 된 여러분의 기본적인 직무는, 법률이 형사 범죄로 규정한 행위에 관해 증거를 수집하고 기소하여 재판을 통해 합당한 처벌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즉, 여러분의 기본적 직무는 형사법 집행입니다.
형사 범죄를 규정하는 형사 법률은 헌법을 정점으로 하는 법체계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습니다만, 다른 법률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핵심적인 법률이자 헌법 가치를 지키는 헌법 보장 법률입니다.
따라서 검사는 언제나 헌법 가치를 지킨다는 엄숙한 마음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절차적 정의를 준수하고 인권을 존중하여야 하는 것은 형사 법집행의 기본입니다.
뿐만 아니라 형사법에 담겨 있는 자유민주주의와 공정한 경쟁,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헌법 정신을 언제나 가슴깊이 새겨야 합니다.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평등을 무시하고 자유만 중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입니다.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Rule of law)를 통해서 실현됩니다.
대의제와 다수결 원리에 따라 법이 제정되지만 일단 제정된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집행되어야 합니다.
앞으로 여러분은, 개개 사건에서 드러나는 현실적인 이해당사자들뿐 아니라 향후 수많은 유사사건에서 마주할 수 있는 잠재적 이해당사자들도 염두에 두면서,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정의롭게 법 집행을 해야 합니다.
특히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국민 모두가 잠재적 이해당사자와 피해자라는 점을 명심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법집행 권한을 엄정하게 행사해야 합니다.
Ⅲ
앞으로 검사 생활을 하면서, 여러분이 지금까지 배운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연마해야 할 것입니다.
아마 여러분의 선배와 상사로부터 많은 실무를 배우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각자 담당하는 사건에서 주임검사로서 책임지고 의사결정을 해야 합니다.
선배들의 지도와 검찰의 결재 시스템은 명령과 복종이 아니라 설득과 소통의 과정입니다.
여러분은 선배들의 지도를 받아 배우면서도 늘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개진하고 선배들의 의견도 경청해야 합니다.
열린 자세로 소통하고 설득하려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검사가 하는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설득입니다.
자신의 생각을 동료와 상급자에게 설득하여 검찰 조직의 의사가 되게 하고, 법원을 설득하여 국가의 의사가 되게 하며, 그 과정에서 수사대상자와 국민을 설득하여 공감과 보편적 정당성을 얻어야 하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검사의 업무는 끊임없는 설득의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점을 꼭 명심해 주기 바랍니다.
Ⅳ
여러분들이 검사를 시작하는 올해는 형사사법 제도에 큰 변화가 있는 해입니다.
교육을 마치고 일선에 배치되면 새로운 매뉴얼에 따라 일하게 될 것이고 검사실의 풍경도 많이 바뀔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제일 강조하고 싶은 두 가지는 불구속 수사 원칙의 철저 준수와 공판 중심의 수사구조 개편입니다.
인신구속은 형사법의 정상적인 집행과 사회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 극히 예외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구속은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를 대단히 어렵게 하므로 절대적으로 자제되어야 합니다.
방어권 보장과 구속의 절제가 인권 중심 수사의 요체입니다.
구속이 곧 범죄에 대한 처벌이자 수사의 성과라는 잘못된 인식을 걷어내야 하고, 검찰이 강제수사라는 무기를 이용하여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서도 안 됩니다.
아울러, 수사는 소추와 재판의 준비 과정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검사실의 업무시스템 역시 공판을 그 중심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Ⅴ
이 자리에서 여러분을 보니 26년전 서소문 대검 청사 강당에서 임관신고를 하고 법복을 받아 초임지인 대구지검으로 달려가던 일이 새롭습니다.
“나는 왜 검사가 되려 했나”, 각자 다른 동기가 있을 것입니다.
오늘의 초심을 잃지 말고 꾸준히 정진하기 바랍니다.
국가와 검찰 조직이 여러분의 지위와 장래를 어떻게 보장해 줄 것인지 묻지 말고 여러분이 국민과 국가를 위해 어떻게 일할 것인지 끊임없이 자문하기 바랍니다.
저와 선배들은 여러분의 정당한 소신과 열정을 강력히 지지합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 힘을 합쳐 국민과 함께 하는 검찰, 대한민국의 국민 검찰을 만듭시다.
다시 한 번 여러분의 임관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0년 8월 3일
검찰총장 윤 석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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