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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반도체에 먹구름, 지원법 더는 방치 안 된다스크랩된 좋은글들 2022. 11. 1. 07:35
오는 4일이면 국회에 일명 ‘반도체산업 경쟁력강화법’(이하 반도체강화법)이 발의된 지 만 3개월을 맞는다. 지난 8월 이 법안이 나왔을 때 반도체 업계는 물론, 본지를 비롯한 주요 언론들까지 정치권을 향해 국익 차원에서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비록 윤석열 정부의 반도체 강화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여당 주축으로 만든 지원 법안이지만, 반도체와 같은 국가 전략 산업은 정쟁의 대상이 아니라 초당적으로 대처할 사안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회에선 어느 단계까지 진척됐을까? 이 기간 약 90건의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반도체강화법은 포함되지 않았다. 반도체강화법은 ‘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안’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묶은 패키지 법안이다. 반도체 특화 단지 조성 과정에서 기업들에 미국 등 선진국처럼 세제 지원 혜택을 높이고, 반도체 인재 양성에 필요한 규제 완화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담겨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검색해 보니, 그중 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안은 발의된 지 한 달이 넘은 9월 19일에서야 소관 상임위인 국회 산자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상정됐다. 이날 회의 때 한 번 논의한 게 전부다. 이후 세부 심사를 위해 산자위 내 소위원회로 회부됐지만, 그 뒤로는 심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인 국회 기재위(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국회가 손을 놓은 사이 국내 반도체 산업에는 먹구름이 더욱더 짙어지고 있다. 최근 실적 발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1.3% 감소했고 SK 하이닉스는 전년 대비 60.3% 줄었다. 핵심 캐시카우(현금 창출원)인 반도체 사업의 부진이 큰 영향을 줬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경우, 3분기 반도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9% 떨어지면서 실적 하락세를 이끌었다. 여기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 이후 미국·중국 간 패권 갈등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반도체 겨울’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 먹구름이 낀다는 것은 한국 경제에도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이 꺾이면 무역수지 적자도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고군분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 발표 때 ‘반도체 투자를 줄이지 않겠다’는 기조를 명확하게 밝혔다. SK 하이닉스는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 대비 50% 이상 감축하겠다”면서도 “신제품 양산을 위한 필수 투자는 지속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법과 제도로 적극 지원해줘야 치열한 반도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국회 관계자는 “반도체강화법을 놓고 야당 일각에서 ‘대기업과 수도권 혜택 법안’이란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데다, 최근에는 국정감사와 같은 다른 국회 일정 등에 법안 심사가 밀리면서 처리가 늦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만약 이견이 있다면 여야가 법안 심사 과정에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 절충점을 찾으면 된다. 그런데 심사 일정을 잡지 않거나, 상정도 하지 않은 건 문제다. 미국 상·하원은 지난 7월 말 520억달러의 보조금 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반도체 지원법을 통과시켰다. 중국은 60조원대 국가 펀드를 조성해 반도체 산업을 전방위로 지원해왔다. 최근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했던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임원은 “경쟁국과 국내 반도체 지원 정책이 비교된다. 반도체는 투자가 경쟁력”이라고 했다. 경쟁국들은 뛰고 있는데, 우리 국회만 반도체 강화법을 더는 방치하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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