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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진짜 이재명'인가스크랩된 좋은글들 2025. 5. 16. 08:45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선거 전략은 보수와 일전(一戰)을 벌일 이슈는 만들지 않겠다는 것에 맞춰져 있었다. 충분히 이길 수 있는데 굳이 큰 전선(戰線)을 형성해 선거 구도의 변수를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차원이다.
이 후보 10대 공약을 보면 북핵이나 대미(對美), 대일(對日) 관계도 원론적 입장을 밝히는 선에서 모호성을 유지한다. 기업·부동산·노동 공약도 각론에서 일부 예외는 있지만 비슷한 기조다. 이 전략에는 이 후보가 입법 권력에 이어 행정 권력까지 쥐면 그의 숨겨진 ‘좌파 본성’과 ‘반(反)기업 성향’이 거침없이 표출될 것이라는 우려, 이른바 ‘이재명 포비아’를 희석시키려는 측면도 있다.
최근 여기에 변화가 생겼다. ‘사법 개혁’으로 치장된 ‘조희대 대법원 공격’과 ‘이재명 면죄부 법안 추진’이 그것이다. 민주당은 이 후보 선거법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파기환송을 ‘제3의 내란’으로 규정하고 ‘조희대 특검법’을 발의했다. 이 후보 처벌의 근거 조항을 없애는 선거법 개정안은 민주당이 장악한 행안위와 법사위를 일사천리로 통과했다. 장차 면소(免訴)를 통해 처벌을 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모두 삼권분립과 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내용이다.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그가 받고 있는 재판 5개를 모두 중단시키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본회의에 회부돼 있다.
민주당은 집권에 성공하면 이런 일들을 곧바로 해치울 태세다. 대선 투표에서 국민이 동의하지 않았느냐고 할 것이다. 이 후보 숙원인 ‘사법 리스크 해소’도 어수선한 대선 과정에 얹혀 같이 해결되는 셈이다. 정치 권력이 사법부를 발아래에 두는 이런 일이 장차 어떤 후과(後果)를 낳을지에 대한 근본적 성찰과 논쟁이 필요하지만 지금 우파에는 그럴 여력이 없어 보인다.
이재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생존’이라고 측근들은 얘기한다. 그는 인생 대부분을 비주류로 살았다. 이 후보를 오래 알았던 사람들은 그의 거친 언사와 선동적 기질에 대해 “이재명은 그저 생존을 위해 전력을 다해 왔다”고 한다.
이 후보는 ‘생존’의 위협을 느끼면 즉각 반응했다. 어떤 비난도 감수하고 목적을 달성하려 했고 성공했다. 지난 대선을 0.73%포인트 차로 지고 난 뒤 측근은 ‘외국에 나가 있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해 원내로 들어갔다. 당대표까지 거머쥔 뒤 ‘비명횡사’ 공천을 통해 일극(一極) 체제를 만들었다. 탄핵소추안을 31번 발의하고 감액 예산 처리로 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뺏어버리는 등 윤석열 정부를 거칠고 집요하게 압박했다. 이를 진두지휘할 때 이 후보가 보이곤 했던 독한 눈빛을 많은 이가 기억한다.
다른 평가도 있다. 그들은 이재명의 본질을 ‘실용’이라고 했다. 성남시장, 경기지사를 거친 이 후보에게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행정가의 면모가 있다는 것이다. 그를 만나본 기업인들도 “현안을 잘 파악하고 있고 유연하더라”고 한다. ‘연구·개발 업종 주 52시간 예외’의 법제화 같은 문제도 자신의 성과에 도움이 된다면 집권 후에라도 해결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재명 포비아’의 본질은 생존(공격성)과 실용(유연성) 사이에서 어느 쪽이 ‘진짜 이재명’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이번에 대법원이 자신의 ‘생존’(대선 후보 자격)을 위협했다고 보는 것 같다. 사법부 공격에도 직접 나섰다.
‘삼권분립 훼손’으로 이어지는 사법부 흔들기는 큰 후유증을 남길 문제다. 하지만 “대법관은 탄핵소추되면 알아서 그만둘 것”이라고 큰소리치는 일부 의원만 있을 뿐, 위험성을 지적하는 사람은 잘 안 보인다. 대선 결과를 예단할 순 없지만, 만약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 벌어질 일을 미리 보는 느낌이다.
2025년 5월 16일 조선일보 최재혁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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