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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희대가 옳았다
    스크랩된 좋은글들 2025. 5. 17. 05:09
     

    선거법 유죄판결이   李 후보 재판 5건 중   처음이자 마지막   최종심 판단 될 수도…  대선 전 선고 못 하면  영원히 못 한다는  우려가 맞았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1일 대법원 대법정에서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선고를 준비하고 있다.재판을 무력화하려는 민주당의 반헌법적 폭주로 이날 선고는 이 후보의 5개 재판 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려지는 최종심 판결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사진공동취재단
     

    대법원이 왜 민주당 반발을 무릅쓰고 이재명 대선 후보에 대한 선고를 강행했는지, 재판부는 명시적으로 설명한 적이 없다. 다만 지난 1일 판결에 조희대 대법원의 의중이 암시돼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민이 올바른 정보의 토대 위에서 선거를 통해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측면”을 강조했다. 너무도 당연한 얘기이나, 나에겐 대법원이 ‘그래서 대선 전에 선고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의 “국토부 협박” “김문기 모른다” 발언에 대해 1심은 유죄, 2심은 무죄로 엇갈린 판결을 내렸다. 국민으로선 이 후보가 거짓말을 했는지 안 했는지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만약 대법원이 최종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면 유권자들은 진실이 무언지 모르는 채 6월 3일 투표장에 나가야 했다. 판결을 미룬다면 그것이 오히려 유권자 판단에 그릇된 영향을 끼치는 ‘선거 개입’이 될 수 있었다. 사법 진실의 최종 수호자인 대법원으로선 선고 지연이야말로 공정 선거를 방해하는 정보 왜곡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예상대로 민주당은 격렬하게 반응했다. “조희대의 내란”이자 “사법 쿠데타”라며 들끓었다. 그러나 민주당의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았다. 대법원이 조기 선고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은 지난 4월 22일이었다. 사건 배당과 동시에 전원 합의체에 회부해 전광석화처럼 2차 심리까지 마치고 선고 기일을 5월 1일로 지정했다. 속도전이 펼쳐진 그 열흘 동안 민주당은 신속 재판의 하자(瑕疵)에 대해 별다른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 대법원을 비난하는 대신 “무죄로 확정하려는 것”이라며 기대감을 비쳤고, 이재명 후보 역시 “(대법원이) 법대로 하겠죠”라고 했다. “소송 기록 6만쪽을 다 읽긴 했냐”는 식의 말은 꺼내지도 않았다.

     

    그런데 대법원이 유죄라고 판정하자 돌변했다. 조 대법원장을 내란 세력으로 몰아붙이며 “한 달 뒤 두고 보자”는 식의 협박을 쏟아냈다.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이 대선 직전에 판결을 냈기 때문에 선거 개입이라고 했다. 그러나 재판을 질질 끄는 침대 축구 전략으로 최종심이 여기까지 늘어지게 만든 것은 이 후보 쪽이었다.

     

    민주당은 대법원장 탄핵과 특검이라는 초유의 보복 카드를 꺼내 들었다. 친(親)민주당 단체는 조 대법원장을 형사 고발까지 했다. 만약 무죄 선고가 나왔다면 이랬을 리 없다.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남아있는지 말로는 ‘무리한 신속 재판’을 트집 잡았지만 결국 판결 내용이 문제였다. 대선 전 선고라도 무죄면 괜찮지만, 유죄여서 ‘사법 쿠데타’라는 식이었다.

     

    조 대법원장이라고 민주당 반발을 예상 못 했을 리 없다. 그럼에도 선고를 강행한 것은 지금 못 하면 사법적 진실이 영원히 묻힐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난해 이 후보가 1심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후 민주당은 ‘선거법 개정을 통한 재판 무력화’ 카드를 공공연히 밝혀 왔다. 이 후보 혐의가 죄가 되지 않도록 아예 법 조항을 고치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거부권에 막혀있지만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법 개정의 걸림돌이 사라진다. 방탄 입법을 통해 범죄 혐의가 영구 미제(未濟)로 봉인돼 버린다. 원칙주의자 조 대법원장로선 이런 상황을 용인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려는 현실이 돼버렸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마자 민주당은 유죄판결을 무효로 뒤집을 선거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에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이 발효되면 이 후보의 허위 사실 공표 혐의는 처벌할 법적 근거가 사라진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법 개정에 따른 면소(免訴)’ 결정을 내려 이 후보에게 면죄부를 줄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선거 비용으로 쓴 세금 434억원 반납 의무도 사라진다. 의회 권력이 법원 대신 판결까지 내리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민주당의 압박에 하급 법원들은 속속 무릎 꿇고 있다. 선거법 환송심과 대장동·백현동 사건 1심, 위증 교사 2심 재판부가 일제히 공판 일정을 대선 후로 미뤘다. 그러나 선거 이후에도 이 재판들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민주당은 피고인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재판을 중단시키는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오로지 이 후보 한 사람을 위한 1인용 입법이다. 이 후보 말고 형사 피고인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출마하는 일은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5년간 재판을 중단시켜 놓고 이 후보의 혐의 12가지 전부를 무죄로 만들기 위해 온갖 수를 짜낼 것이다. 검찰을 장악해 공소취소토록 한다거나, 헌법 소원으로 법원 판결을 뒤집을 수 있게 한다는 등의 온갖 위헌적 꼼수가 난무하고 있다.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조희대 대법원의 5월 1일 선거법 판결은 이 후보의 재판 5건 중 최종심 판단이 내려진 처음이자 마지막 사건이 될 수 있다. 대선 전에 선고하지 못하면 영원히 못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조 대법원장의 우려가 옳았다.

     

    2025년 5월 17일 조선일보 박정훈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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