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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밝히는 양초 두 자루낙서장 2025. 11. 2. 07:22
살다 보면, 참 사소한 일 하나가 마음을 깊이 울릴 때가 있습니다. 그 순간은 길게 설명되지 않아도,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습니다.
제가 오래전에 읽었던 한 이야기, 〈사랑을 밝히는 양초 두 자루〉가 바로 그런 글이었습니다. 새 아파트로 이사 온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절약하고 성실하게 살아 마침내 자기 집을 마련한 그녀는 들뜬 마음으로 이삿짐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정전이 되어 집 안이 어둠에 잠겼습니다. 급히 양초를 찾아 불을 붙이던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문을 열자 앞집에 사는 어린 소녀가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아줌마, 혹시 초 있어요?” 그녀는 잠시 당황했습니다. ‘이사 온 첫날부터 물건을 빌리러 오다니, 이웃이 좀 무례한 건 아닐까?’
그녀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냉정하게 말했습니다. “미안하지만, 막 이사 와서 나도 초가 없단다.” 문을 닫으려던 찰나, 소녀가 양손을 앞으로 내밀었습니다. 그 손에는 팔뚝만 한 양초 두 자루가 들려 있었습니다. “저기요… 우리 엄마가 이걸 갖다드리라고 했어요.”
그 순간,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자신이 받으려던 것이 사실은 주려는 마음이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어둠 속에서 타오르던 양초 불빛보다 더 따뜻했던 건, 이웃이 보여준 배려와 사랑의 마음이었습니다.
그녀는 그날 밤 깊은 반성을 했다고 합니다. 새로운 집, 새로운 시작에 들떠 있던 자신이 정작 ‘사람 사이의 마음’에는 문을 닫고 있었음을 깨달았다고 말이지요. 이 이야기를 떠올릴 때마다 제 마음속에서도 늘 잔잔한 울림이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나에게 도움 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세상은 참 공평합니다. 내가 먼저 누군가를 돕지 않는다면, 나를 도와줄 사람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반대로 내가 먼저 작은 친절을 건네면, 하나님은 꼭 다른 이의 손길을 통해 그 사랑을 되돌려주십니다.
요즘은 편리함이 넘치는 세상입니다. 엘리베이터에서, 거리에서, 같은 아파트에 살아도 서로 모른 채 지나치기 일쑤입니다. 그러나 먼저 건네는 미소 하나, 먼저 내민 손길 하나가 누군가의 하루를 밝히는 양초 한 자루의 불빛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랑은 결코 거창하지 않습니다.
내가 가진 것 중 아주 작은 한 조각을 나누는 일,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커다란 위로가 되고, 세상 전체를 따뜻하게 만드는 시작이 됩니다. 오늘도 제 마음속에는 그날의 양초 두 자루가 은은히 타오릅니다. “먼저 사랑하라, 먼저 나누라.” 그 불빛이 내 마음을 비추고, 또 다른 누군가의 마음으로 옮겨질 때,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해질 것입니다.
2025년 11월 2일 주일날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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