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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리던 시간들, 마음 속에서 계속 뛰다
    낙서장 2025. 11. 22. 09:07

    오늘 신문을 펼치다가 손기정 마라톤 영웅의 아들, 손정인씨의 인터뷰기사 읽었다.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이 있는 그 글을 읽는 동안, 문득 오래전 내 삶에 뜨겁게 박혀 있던 마라톤의 기억들이 하나둘 되살아났다.

     

    사실 2000년까지 나는 달리기와는 인연이 거의 없는 사람이었다. 뛰는 일이라면 늘 숨이 차고 힘들기만 했던, 말 그대로 ‘왕초보’ 그 자체였다.

     

    그런데 2001년 새해 첫날 아침, 독일 뚱뚱보 총리가 마라톤을 하고 있다는 기사가 생각나 나도 도전해보겠다는 결심을 했다. “1킬로미터라도 달려보자. 아주 작게라도 시작해보자.”  그렇게 시작된 조그만 도전은 하루 1km가 2km가 되고, 거리가 조금씩 늘어나면서 달리기는 어느새 내 일상의 습관이 되어가고 있었다.

     

    2001년 3월 4일, 서울마라톤클럽이 주최한 10km 대회에서 첫 완주를 경험했고, 4월 29일 인천공항 개항 기념 하프마라톤에서는 1시간 44분 57초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가을이 무르익던 10월 21일, 춘천마라톤 풀코스에서 4시간 09분 45초로  풀코스를 완주했다. 이어 11월 11일, 울트라마라톤 63.3km에 도전하여 6시간 28분 39초로 골인을 했을 때는 스스로도 믿기지 않았다.

    2001년 한 해 동안 10km에서 울트라마라톤까지 모두 완주는 평범한 한 사람이 마음먹고 꾸준히 걸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들어내는지 몸으로 깨닫던 시간이었다.

     

    시간이 지나 2009년, 아마추어 러너에게 ‘꿈의 대회’라는 보스턴 마라톤에 참가하고 싶어졌다. 그러나 출전 자격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내 연령대 기준 기록은 4시간 15분 이내. 그래서 동아일보 국제마라톤에서 3시간 51분 09초라는 기록을 만들어냈고, 그 기록을 들고 마침내 보스턴의 출발선에 섰다.

     

    2009년 4월 20일, 보스턴 마라톤에서 4시간 11분 35초로 완주를 마쳤을 때 그 감격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나는 그날, 보스턴 마라톤이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라 애국과 시민정신을 기리는 특별한 행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정신이 나를 다시 한국의 역사 속 마라톤으로 이끌었다. 2009년과 2010년 YTN 주최 손기정 평화마라톤에 참가했고, 2009년과 2010년에는 연령대별 연속 우승이라는 기쁨도 누렸다. 안중근 평화마라톤, 유관순 평화마라톤도 완주하며 달리기를 통해 역사와 기억을 다시 마음에 새기던 시간이었다.

     

    그러다 2019년,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로 고관절 수술을 받게 되었다. 재활을 열심히 해 어느 정도 회복하긴 했지만, 이제는 예전처럼 뛸 수 없는 몸이 되었다. 처음에는 마음이 많이 무겁고 허전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닫게 되었다.

     

    달리기는 기록이 아니라, 달리면서 배운 마음으로 지금을 살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더는 긴 거리를 달릴 수 없어도 내 안의 ‘달리던 마음’은 여전히 살아 있다.

     

    오늘 손정인 씨의 인터뷰를 읽으며 그 마음이 다시 조용히 깨어났다. 비록 발은 이제 천천히 걷지만 내 안에서는 여전히 그때의 나처럼 숨을 고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달리던 시간은 끝났지만, 달리면서 얻은 삶의 힘은 지금도 내 곁을 함께 달리고 있다.

    2025년 11월 22일

     

     

    오 오, 조선의 남아여 !

    베를린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 남승룡 양군에게

    그대들의 첩보를 전하는 호외 뒷등에 붓을 달리는 이손은 형용 못할 감격에 떨린다. 이역의 하늘아래서 그대들의 심장 속에 용솟음 치던 피가 23백만의 한 사람인 내 혈관속을 달리기 때문이다.

     

    이겼다는 소리를 들어 보지 못한 우리의 고막은 깊은 밤 전승의 방울 소리에 터질드 찟어질 듯 침울한 어둠 속에서 짓 늘렸던 고토(故土)의 하늘도 올림픽 거화(炬火)를 켜든 것처럼 화다닥 밝으려하는구나!

     

    오늘밤 그대들은 꿈속에서 조국의 전승을 전하고자 마라톤 험한 길을 달리다가 절명한 아테네병사를 만난보리라. 그보다도 더 용감하였던 선조들의 정령(精靈)이 가호하였음에 두용사서로 껴안고 느껴느껴 울었으리라 .

    오오 나는 외치고 싶다! 마이크를 쥐고 전세계의 인류를 향해 서외치고 싶다!“인제도 인제도 너흐들은 우리를 약한 족속이라고 부를 터이냐!

    - 심 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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