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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하늘 위에서 다시 떠올린 ‘아름다운 세상’
    낙서장 2025. 11. 29. 09:29

     

    지난 11월 14일은 결혼기념일이었다. 원래 제주도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려 했지만, 손녀의 수능 시험이 있어 계획을 잠시 미루었다. 그러다 엊그제에서야 뒤늦은 여행을 다녀왔다.  비행기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맑음이었다. 아래에서는 어지러운 구름들이 뒤엉켜 있었지만, 그 위로 올라가자 끝없이 펼쳐진 순백의 하늘이 드러났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이 스쳤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도 저와 다르지 않구나.’ 지상에서는 서로 다투고 상처 주고 어지러운 일들이 끊이지 않지만, 그 위에는 언제나 맑고 고요한 하늘처럼, 사랑과 배려를 나누는 마음 하나면 세상은 얼마든지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마음을 품고 있는데 문득 오래전의 한 사람이 떠올랐다.

     

    바로 청량리 ‘밥퍼 나눔 운동본부’를 세운 최일도 목사님이다.

    사랑으로 시작된, 사랑으로 이어진 이야기. 최일도 목사님의 사랑 이야기는 특별하다.  그는 한 수녀였던 김연수님을 뜨겁게 사랑했고, 김 수녀 역시 오랜 고민 끝에 그의 사랑을 받아들이며 결국 파계를 결심했다. 두 사람은 1982년 9월 4일, 새문안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세상들은 호기심과 비판 속에 둘러싸였지만, 그들의 마음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리고 1988년 11월 11일. 청량리역 길가에서 허기진 채 쓰러져 있던 한 노인을 본 순간, 목사님의 마음속 깊이 잠들어 있던 ‘연민의 불꽃’이 다시 타올랐다.  “사랑이 있는 곳에 하나님이 계신다”는 깨달음과 함께, 밥 한 끼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밥퍼사역이  시작됐다.

     

     어머니의 기도와 달라진 깨달음. 그러나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소자들만 보살피는 일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한 가정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면서 어떻게 많은 대중을 맡는 목회를 하겠느냐” 라는 마음으로 하나님께 기도했다. 그러던 어느 날, 기도 중에 뜻밖의 응답을 들었다고 한다. “네 아들이 하는 일도 나를 기쁘게 하는 일이다.”  그 이후 어머니는 아들의 사역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사람이 되었고, 최일도 목사의 길을 열어 준 든든한 마중물이 되었다.

     

    천사병원과 나의 작은 결심

    최 목사님은 밥퍼를 넘어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이웃을 돕기 위해 무료병원을 세우고자 했다. 그런데 가진 돈이 전혀 없었으니, 기도하며 찾은 방법이 바로 ‘천사회원’이었다.

     

    1996년, 나는 우연히 그 소식을 들었다. 힘이 닿는 만큼 돕고 싶어 전화를 걸었더니 회비가 100만 원이라고 했다. 당시로서는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기쁜 마음으로 먼저 가입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의 평안과 따뜻함이 밀려왔다. 그래서 매년 한 사람씩, 우리 가족 모두를 천사회원으로 가입시켰다. 시작부터 모두 참여시키기까지 5년이 걸렸다.

     

    병원이 완공된 후 준공식에 초대받아 참석했을 때, 최 목사님은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덕분에 병원은 지었지만, 병원이란 건물만으로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이곳이 계속 운영되기 위해 여러분의 손길이 계속 필요합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 감사함이 올라왔고, 곧바로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삶의 여정은 또 다른 길로 나를 이끌었다.

    2002년, 해외봉사요원을 모집한다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공고를 보고, 이것이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또 하나의 소명이라 느꼈다. 그대로 지원해 선발되었고, 스리랑카에서 2년간 컴퓨터 강사로 봉사했다.

     

    그 후에도 나는 잠시도 손을 놓지 않았다. 청계천 안내도우미, 박정희 대통령 가옥 안내봉사, 서울하수도 과학관 해설자원봉사, 안중근의사 홍보대사…. 자연스럽게 봉사는 내 삶의 한 부분이 되어 있었다.

     

    어제, 오랜만에 천사병원을 다시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그곳 간부님들이 나를  따뜻하게 맞아 주었고, 병원 벽면에 새겨진  우리 가족의 이름을 발견했을 때는 오래전의 기쁨이 다시 마음에 차올랐다.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나는 최일도 목사님처럼 유명한 목사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분이 “크지 않아도 좋으니 아름다운 교회, 사랑이 흐르는 교회를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듯, 나도 ‘성공’이나 ‘출세’보다 사랑하고, 배려하고,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하나님께서 “너의 삶도 나를 기쁘게 했다” 라고 말씀해 주시길 작은 마음으로 소망한다.

     

    비행기 창밖에서 본 구름 위의 맑은 하늘처럼, 우리의 삶도 서로에게 조금만 더 따뜻해지면 그 위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2025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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