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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소로 가는 길, 내 마음의 저울을 정돈하며낙서장 2026. 5. 25. 18:20
선거철이 되면 세상은 거대한 시장바닥처럼 변한다.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로고송과 화려한 원색의 현수막, 그리고 저마다 자신이 이 나라를 구할 유일한 적임자라 외치는 목소리들이 허공을 메운다.
귀를 기울일수록 마음은 피로해지고, 눈을 부릅뜰수록 본질은 흐려지기 십상이다. 소란스러움이 극에 달할 때, 나는 오히려 조용히 서재의 불을 밝히고 앉아 생각에 잠긴다. 이 소음의 끝에서 우리가 마주해야 할 진짜 지도자의 얼굴은 과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그리고 그를 알아보기 위해 나는 어떤 눈을 가져야 하는가. 지도자는 ‘지도를 그리는 사람’이라 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라는 거친 황무지에 선명한 선을 긋고, 국민을 안심시키며 걷게 하는 북극성 같은 존재. 우리 현대사는 늘 그런 선구자들의 예견력 위에 기적을 쌓아 올렸다. 보릿고개의 절망 속에서 미래의 산업 동맥이 될 고속도로를 뚫고, 쇳물을 끓일 제철소를 세우고, 국경을 넘어 흐를 전력망을 짓던 결단들. 그때의 예견력이 없었다면 오늘날 세계가 부러워하는 IT 강국, 산업 강국의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투표함을 마주한 우리의 첫 번째 저울은 명확해진다. 눈앞의 달콤한 사탕발림이나 다음 선거의 표만을 구걸하는 공짜 구호에 현혹되지 않는 눈이다. 당장은 고통스럽고 인기 없는 길일지라도, 10년 후, 30년 후, 아니 우리의 손자녀들이 살아갈 100년 뒤의 대한민국을 위해 꼭 필요한 ‘미래의 먹거리’와 ‘인구 위기의 해법’을 당당히 제시하는 이가 누구인지 가려내는 혜안이 필요하다.
또한, 우리는 홀로 섬처럼 살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주변 강대국들의 거센 파도 속에서 국익을 지켜내고, 나아가 우리가 받았던 도움을 지구촌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꺼이 되돌려줄 줄 아는 ‘상생의 외교력’을 가진 리더가 절실하다. 외교는 감정의 배설이 아니라 철저한 이성과 국격의 문제다. 주변국을 적으로 돌려 얻는 값싼 애국심 대신, 국익을 넓히고 세계 속에서 대한민국을 ‘도움 주는 나라’로 우뚝 세울 품격 있는 리더를 구별해 내는 것, 그것이 유권자인 우리의 두 번째 의무다.
그러나 기술과 외교가 아무리 뛰어난들, 내면에 단단한 ‘철학적 상식’과 ‘정의로운 신뢰’가 없다면 그 권력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언제부턴가 우리 정치는 내 편의 허물은 덮고 상대 편의 옳은 소리는 멸시하는 이중잣대로 오염되었다. 보편적인 상식이 무너진 자리에는 진영의 도그마만 남았다.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 땀 흘려 일한 사람이 합당한 보상을 받는 것, 법 앞에 누구나 평등하다는 믿음. 이 지극히 평범하고도 위대한 상식을 지키는 지도자를 고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그가 살아온 발자취를 보면 된다. 자신에게는 서슬 퍼런 칼날을 들이대면서도 타인에게는 관대했는지, 국민과의 약속을 천금처럼 여겼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하얼빈의 총성을 울렸던 안중근 의사의 결연함처럼, 조국과 역사 앞에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는 신뢰의 인간을 우리는 찾아내야 한다.
결국 위대한 지도자는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 시대를 살아가는 국민의 수준이 바로 그 나라 지도자의 품격을 결정한다. 정치인들이 짜놓은 분열의 프레임에 갇혀 부화뇌동(附和雷同)하지 않고, 매서운 눈으로 그들의 비전과 도덕성을 저울질하는 깨어있는 유권자가 있을 때 정치는 비로소 국민을 두려워하기 시작한다.
투표소로 향하는 길은 단순한 권리 행사의 걸음이 아니다. 격동의 세월 속에서 피땀으로 일구어온 이 나라의 정의와 신뢰를 지켜내겠다는 역사적 응답이다. 내가 던지는 한 표의 무게가 곧 대한민국 내일의 무게임을 기억하며, 마음의 저울을 엄정하게 정돈해 본다.
소란한 세상 속에서도 중심을 잡고 올바른 선택을 내리는 것, 그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국민으로 의무이자 권리라 싶다.
2026년 5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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