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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2019년 5월 31자 오늘자 조선일보사설이다. 이사설을 읽어보면 정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안타깝다. 몇년전만 해도 이게 나라냐? 며 투쟁하던 지금의 대통령모습이 연상된다. 이나라의 정치는 발전하지못하고 퇴행하고 있어 안타깝다.
정부가 추진한 일 노조가 막자, 먼 산 보는 대통령·장관울산 현대중공업 주주총회장 주변이 민노총 노조원의 불법 점거로 무법·폭력 천지가 됐는데도 청와대와 정부는 침묵만 지키고 있다. 대우조선과의 합병을 위한 현대중공업 주총이 하루 앞으로 닥쳤는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다. 세상 온갖 일에 대해 지시하고 언급하던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정작 중대한 국가 현안인 울산 사태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대통령의 오랜 친구라는 울산시장은 삭발까지 하며 노조의 불법 행동에 동조하고 있다.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합병은 사실상 정부가 추진한 프로젝트다. 100% 정부 소유 은행인 산업은행이 계획을 짰고 현대중공업에 방안을 제시해 설득했다. 정부가 그 뒤에 있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안다. 산업은행은 산업자원부·금융위원회 등 관련 부처와 협의를 거쳤고, 산업과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인 만큼 당연히 대통령에게도 보고됐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한 행사장에서 현대중공업 대표에게 대우조선 인수를 "축하드린다"고까지 했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 인수·합병은 고사 위기의 국내 조선산업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해법이다. 중국·싱가포르 등의 추격으로 위기에 몰린 조선산업이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는 데 전문가들도 다 동의한다. 두 회사를 합치면 고질적인 국내 기업끼리의 출혈 경쟁을 막을 수 있다. 연구·개발 통합이나 중복 투자 방지 등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회사는 물론 노조와 지역사회, 협력사 모두 윈·윈하는 해법이 될 수 있다. 수주에서 압도적 세계 1위가 되고 LNG 운반선과 초대형 원유 운반선 시장을 60~70% 이상 장악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산업계 판도를 재편할 수 있다. 중국·EU·일본 등의 경쟁국들이 기업 결합 심사 과정에서 제동을 걸려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근로자 고용과 대우조선의 현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협력·부품업체 거래도 계속하겠다는 것을 여러 차례 약속했다. 하지만 노조는 사실과 다른 선동과 억지로 판 자체를 깨려 한다. 현대중공업 측은 울산시에 내는 세금이 줄지도 않는다고 하는데도 울산시장은 '줄 것'이라면서 삭발 투쟁을 한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것은 조선산업을 다시 살릴 방안을 만들고 추진한 정부가 노조가 막아서자 일제히 모른 척 고개를 돌리고 숨어버린 것이다. 대통령·장관 모두 어디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주무 부처인 산업부나 고용부는 기업 임금이나 요금·수수료 문제까지 사사건건 간섭하던 때와 정반대로 노조의 불법 행위를 강 건너 불구경하면서 "개별 기업 문제"라며 딴전을 피우고 있다.
민노총 노조원들이 국회에 쳐들어가 담장을 부수고 경찰관을 폭행해도, 취재기자가 경찰서 안에서 민노총 조합원들에게 폭행을 당해도, 그 경찰서에서 노조원들이 인증샷을 찍어도, 기업 임원을 감금한 채 1시간이나 집단 폭행을 해도, 노조원들이 전국의 건설 공사장에서 조폭들 이권 패싸움을 벌여도, 건설회사와 인근 주민들이 법 집행을 호소해도, 민노총이 전국 관공서를 돌아가며 점거하고 농성해도 문 대통령은 단 한 번도 경찰에 법 집행을 지시한 적이 없다. 그러더니 이제는 자신들이 추진한 조선산업 회생 프로젝트가 노조의 불법 폭력에 의해 무산될 처지에 놓였는데도 가타부타 한마디가 없다. 무책임에도 정도가 있다.
2019년 5월 31일 조선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