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마스크보다 손 씻기
    낙서장 2020. 3. 3. 08:53

    요즘 길거리서 민얼굴로 택시 잡으려 서 있으면, 빈 택시가 그냥 지나간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반대로 택시를 탔는데, 운전기사가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아서 바로 내렸다는 이들도 있다. 마스크 안 쓰면 못 들어가는 편의점도 있다. 그러니 마스크 댓 장 사려고 몇 시간씩 줄을 선다. 공원에 산책 나온 사람도 죄다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리고 있다. 민얼굴은 마치 무슨 용의자 취급을 받는다.

     

    외국에선 마스크에 대한 시각이 다소 다르다.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등은 발열·기침 같은 호흡기 증상이 없으면 마스크를 우한 코로나 감염 예방 목적으로 쓸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미국 공중보건 장관은 아예 "일반인은 마스크를 사지 말라"고 했다. 마스크 부족 우려와 의료진 우선을 강조한 뉘앙스였지만, 요즘 한국 같으면 큰일 날 말이다.

    중세 땐 흑사병이 돌면 '역병(plague) 의사'가 활동했다. 지역 책임자는 이들을 고용하여 환자 상태를 챙기고, 죽은 사람 수를 세게 했다. 역병 의사는 표면이 왁스 처리된 검은색 긴 코트를 입었고, 환자를 직접 만지는 걸 피하기 위해 지팡이를 들었다. 새 부리 모양으로 코가 뾰족하게 나온 마스크를 썼는데, 그 안에는 향신료를 채웠다. 당시는 공기에 떠다니는 독소가 역병을 일으킨다고 믿었기에, 그 나름의 방호복이었다.

     

    의사가 수술할 때 마스크를 쓰기 시작한 것은 1897년 프랑스 파리 병원에서부터다. 말할 때 튀어나오는 미세 침방울이 환자 몸 안으로 들어가면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위생용 마스크의 시작이었다. 방호가 아니라 가해(加害)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보편적으로 쓰이게 됐다. 마스크가 피해 차단용으로 쓰이는 경우는 꽃가루·분진·미세 먼지, 그리고 가까운 거리에서 날아오는 침방울을 막을 때이다.

     

    발열·기침이 있거나 낌새가 있을 때, 감염 의심자나 격리자와 함께 있을 때, 만원 버스처럼 여럿이 밀폐 공간에 머물 때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 그러나 한산한 거리를 홀로 거닐 때 쓰는 건 지나치다. 과잉진단예방연구회 신상원(고려의대 내과) 교수는 "멀쩡한 사람이 일상 생활서 마스크를 안 쓸 '권리'를 달라"고도 말한다. 코로나 감염은 공기 전파가 아니다. 거의 모두 침방울 파편이 손과 손으로 이어져 전염되는데, 마스크 착용이 자칫 '위생 면죄부'처럼 여겨져 더 중요한 손씻기를 게을리할까 걱정이다. 부단한 손 씻기와 상황에 맞는 마스크 쓰기가 최고의 '셀프 백신'이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