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면서 수많은 부탁을 듣게 된다 누구나 어린 시절부터 친구들과 자이좋게’ 지내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사이좋게 지내려고 친구들과 먹을 것도 나누어 먹고 책도 빌려주고 화징질도 같이 가주는 것이다. 친구가 미처 못해 온 수학 숙제의 답을 보여달라고 해도 사이좋게 지내려고 보여준다. 어쩌면 마지못해서 혹은 어쩔 수 없이 부탁을 들어주어야 히는 괴로움은 친한 사이일수록 더 자주 겪게 되는 일이기도 하다.
부탁을 쉽게 거절하지 못히는 이유는 상대방과의 좋은 관계가 깨지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납득하지 못하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탁을 거절하는 것은 나쁜 일도 아니고 인간관계를 해치는일도 아니다. 그러므로 우선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먼저 거절은 상대방 자체를 거부하는것이 아니라는점이다. 거절은 상대방과의 관계를 끝내겠다는 의미가 아니며 그가 내민 제안 혹은 부탁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 표시에 불과한 것이다. 어떤 물건에 대해 좋고 싫음이 있듯이 어떤 제안에 대해서도 좋고 싫음이 있고 그것을 표현하고 취사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런데 인간관계가 깨질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그 제안을 억지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리석은짓이다.
이론적으로는 이렇게 완벽하다. 그러나 실제로 상사가 어떤 부탁을 해 온다면 누구든 쉽게 거절하지 못할 것이다.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어물거리다가 ‘예스맨’이 되는 것은 어느 특별한 경우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여기에는 나의 거절이 상대방에게 오해를 살까 봐 두려운 것도 한몫한다.
그런데 남의 부탁을 거절 못하고 잘 들어주는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자신은 남에게 쉽게 부탁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내 부탁이 상대방에게 거절당할까 봐 두려운 것이다. 또 과부 심정 홀아비가 안다고, 자신이 누군가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괴로웠듯이 자신이 부탁을 하면 남에게 그런 괴로움을 주게 될까봐 걱정스러운 것이다.
사랑할수록 가끼울수록 거절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든 스스로가 자신의 삶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렇다고 이기적이 되라는 말은 아니다. 어떤 부탁을 들었을 때 선택의 기준은 ‘나’ 여야 한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퇴근 무렵 상사가 함께 술을 하러 가자고 청했다. 그러나 직원들은 일주일째 야근을 한 상태이므로 몹시 지쳐 있었고, 나 역시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뿐이다. 어떻게 할까? 상사의 제안을 뿌리치기란 어려운 일이다. 거절했다가 미운 털이 박힐까 봐 겁이 난다. 하지만 지금 몹시 피곤하다. 피로가 풀리지 못하면 내일도 피로의 연속이며 일의 능률은 떨어질 것이다. 나는 정중하게 거절하기로 한다. 벌써 일주일째 야근을 해서 몹시 지쳐 있으니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휴식이다.
나는 미소 띤 얼굴로 부드럽게 말한다. ‘부서 회식이니 당연히 가야죠. 제가 얼마나 기다렸는데요. 그런데 오늘 술 마시면 내일 출근을 못할 것같네요. 부장님도 내일부서 업무성과 보고 회의가 있으시죠? 준비는 다 끝내셨겠지만 오늘은 일찍 들어가셔서 충분히 쉬시는 게 어떨까요? 회식은 디음에 하면 더 좋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거절하면 어떨까? 거절을 잘하려면 거절히는 사람의 태도가 중요하다. 우선 거절히는 이유를 분명히 밝혀야한다. 어물거리거나핑계를대는듯한느낌을주면오해를부르기때문이다. 그런다음상대방을배려하고자존심을세워준다. 그의제안은훌륭하며나를위한것임을 충분히알고있다고진심으로말한다. 그리고다음번에는가능하다는것을 알려준다.
이런원칙에따라웃으며거절한다면누구도쉽게반박하거나오해하지 않을 것이다. 즉거절에도 원칙이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나의의도를오해하고거리를두고관계가악화된다면대화를통해풀어야한다. 서로에대한충분한이해가부족할때오해가 생기기마련이다. 평소충분한대회는그런오해를미연에방지하는역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