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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사냥 쇼'
    스크랩된 좋은글들 2025. 1. 24. 07:24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윤석열 대통령을 구속한 뒤 세 차례 강제 구인을 시도했다. 이번의 경우 ‘강제 구인’이란 서울구치소 감방에서 윤 대통령을 끌어내 공수처 또는 구치소 임시 조사실에 앉히는 것이다. 별도의 체포영장 없이 이미 발부된 구속영장으로도 윤 대통령을 강제 구인할 수 있다는 게 공수처 입장이다. 2013년 대법원 판례가 근거라고 한다.

     

    윤 대통령은 줄곧 공수처 수사에 불응했다. 공수처는 내란 사건 수사권이 없다는 이유였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는 틀린 말이 아니다. 내란 수사권은 경찰에 있다. 윤 대통령이 진술을 거부하는 것도 방어권 차원에서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이다.

    강제 구인이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것과 실행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현실에서 수사 기관이 구치소의 피의자를 강제 구인하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 고검장을 지낸 한 법조인은 “30년 가까이 검사 생활을 했는데 (강제 구인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실효성이 없어서다.

     

    공수처 검사들은 밤 9시가 넘어서 서울구치소에서 철수했다. 법무부의 ‘인권 보호 수사 규칙’에는 ‘조사·신문·면담 등 명칭을 불문하고 오후 9시부터 오전 6시 사이에 조사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 밤 9시까지 실랑이할 필요도 없었는데 굳이 그 시간에 맞춰 돌아갔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헌재 재판에 참석한 후 병원으로 갔을 때도 구치소로 갔다. 허탕 친 모양새가 만들어진 다음 날, 공수처장은 “병원에 갔다는 통지가 전혀 없었다” “숨바꼭질 비슷하게 됐다”면서 윤 대통령을 비난했다. 이는 곧 거짓말로 드러났다. 서울구치소가 병원 일정을 공수처에 사전에 알려줬다는 반박이 법무부에서 나왔다.

     

    공수처의 무리수와 헛발질은 조롱을 받는 지경까지 왔다.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는데도 수사권이 있는 경찰 대신 수사를 주도했고, 관할 논란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나중에 재판을 담당하게 될 서울중앙지법 대신 서울서부지법에 체포·구속 영장을 청구해 ‘법원 쇼핑’ 논란을 자초했다.

     

    윤 대통령 1차 체포 시도를 생중계하다시피 했던 공수처는 실패하자 경찰에 일임하겠다고 했다가 철회했다. 대통령 관저 출입을 허가할 권한이 없는 55경비단장에게 관인(官印)을 갖고 오게 해 관저 출입이 허가된 것처럼 공문서를 만들기도 했다.

     

    현직 대통령을 체포·구속해 수사하는 일은 전무후무할 것이다. 현직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범했을 때만 수사받고 기소된다. 권력을 쥐고 있는 대통령이 권력 탈취를 전제로 한 내란죄를 저지른다는 것은 일견 논리적 모순이다. 이해할 수 없는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사법적 단죄(斷罪)와 별개로, 정치·사회적으로도 엄청난 논란과 갈등이 뒤따를 이슈다. 지금 여론조사상으로도 그런 조짐이 나타난다. 당초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된다면 그 뒤에 사법 절차를 밟자’는 의견이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중간에 공수처가 끼어듦으로써 논란을 가중시켰다. 윤 대통령 구속 외에 한 게 거의 없는 공수처는 23일 윤 대통령을 기소해 달라면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넘겼다. 검찰 내부에선 벌써 “윤 대통령 수사를 처음부터 다시 정리해야 할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럼에도 절차의 적법성 논란은 해소되지 않았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검찰에 윤 대통령 사건을 이첩한 것은 과연 적법하냐는 것이다. 한 지방법원장은 ‘판사들이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의 체포·구속 영장을 발부한 건 문제가 없느냐’는 의문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윤 대통령이 법을 어겼다고 해서 탄핵소추를 당했는데, 이걸 수사하는 단계마다 위법 논란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우리 사법 체계가 ‘윤석열 사냥’에 집중하다가 그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2025년 1월 24일 조선일보최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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