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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가슴의 태극기 배지
    스크랩된 좋은글들 2025. 1. 25. 07:59

    "더러워도 평화"를  외치며 태극기와   정반대 대척점에  서왔던 장본인이  이젠 태극기의  역사적 상징성까지  차지하겠다 한

    이재명 대표가 2023년 6월 서울 성북구 중국 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당시 중국 대사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싱 대사는 이 대표를 옆에 앉혀놓고 15분간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훈계조 연설을 늫어놓았고 이 대표는 묵묵히 듣기만 해 사대 굴종 논란을 빚었다. 이날도 이 대표의 왼쪽 가슴엔 태극기 배지가 달려 있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돌연한 친미(親美) 행보는 대선용 우클릭 프로젝트의 계산된 연출에 다름 아니다. 그간 친중(親中)을 달리던 그는 계엄 이후 기회 있을 때마다 미국에 “감사한다”라거나 한미 동맹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말을 반복하고 있다. 민주당은 한미 동맹 국회 결의안까지 냈다. 과거 미군을 “점령군”이라 했던 이 대표였다. “사드 대신 보일러 놔드리겠다”며 한미 안보 협력을 조롱하고, 한미 정상회담을 ‘호갱(바가지) 외교’로 혹평하던 그가 태도를 180도 바꿨다. 선거가 다가왔다는 뜻이다.

     

    이 대표의 이력은 모순이 모순을 부르는 인지 부조화의 일화로 가득하다. 후쿠시마 방출수를 규탄하던 날 횟집 가서 회식하고, 반(反)시장 입법으로 경제 발목을 잡아놓고는 “경제는 민주당”을 외치고, 온갖 음모론에 편승하더니 “가짜 뉴스 퇴치” 운운했다. 자기 재판을 질질 끌며 범죄 방탄에 부끄럼 없던 장본인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사법 파괴”라고 꾸짖었다. 앞뒤 다른 적반하장으로 사람들을 아연케 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기막힌 것은 ‘태극기 마케팅’이다. 공개 일정에 등장하는 이 대표 가슴엔 늘 태극기 배지가 달려 있다. 공식 행사는 물론 장외 집회에서도,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 나갈 때도, 심지어 중국 대사를 찾아가 일장 훈시를 경청하며 사대 굴종 논란을 자초한 날에도 배지를 빠트리는 일이 없었다. 다른 의원들에게도 배지를 달게 하고, 자기 차에 태극기 다는 퍼포먼스까지 벌였다. 대한민국 현대사에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던 이 대표가 이토록 태극기에 집착하다니 양복에 갓 쓴 듯 어색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좌파 진영이 태극기에 거부감을 갖는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과거 운동권은 태극기가 분단·독재의 산물이란 이유로 국민의례까지 거부했다. 민주노총은 지금도 국기에 대한 경례 대신 운동 구호를 외치고, 애국가 대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이른바 민중의례로 행사를 치른다. 문재인 대통령도 재임 중 대부분 외교 무대를 태극기 배지 없이 소화했다. 2019년 한미 정상회담 땐 ‘임시정부 100주년’ 배지를 착용해 성조기를 단 트럼프 대통령과 대조를 이뤘다.

     

    태극기는 그저 국기(國旗)가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 현대사가 이룬 기적 같은 성취에 대한 자긍심의 상징물이다. 지난 대선 때 이 대표는 1948년 정부 수립을 언급하며 “깨끗하게 나라가 출발되지 못했다”고 했다. “친일 세력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 지배 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다”고 했다. 혼란스럽던 해방 공간에서 자유 민주주의를 선택함으로써 번영의 초석을 깐 건국의 역사성을 이 대표는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태극기는 전체주의 공산 독재에 맞선 체제 전쟁의 깃발이다. 이 대표는 6·25 전쟁이 “38선에서 크고 작은 군사 충돌이 누적된 결과”라며 ‘의도한 침략’이 아니라고 했다. 김일성이 스탈린·마오쩌둥과 남침을 사전 협의했다는 소련 측 기록조차 부정하는 사실 오류였다. 이 대표는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는 김정은에게 “김정일·김일성 주석의 노력이 폄훼되지 않도록 애써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김일성·김정일은 단 한 순간도 핵 개발과 적화 공작을 멈춘 적 없는 한반도 평화의 주적(主敵)이다. 그들이 무슨 노력을 했다는 건가.

     

    이 대표는 ‘더러운 평화론’의 신봉자다. 북이 아무리 도발해도 “이기는 전쟁보다 더러운 평화가 낫다”며 인내할 것을 주장해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정치 초보 젤렌스키가 러시아를 자극한” 탓이라 하고, 중국에는 무조건 ‘두 손 모아 셰셰(고맙다)’ 하면 된다고 했다. 대만 해협이 어찌 되든 무슨 상관이나며 중국을 “왜 집적거리냐”고 했다.

     

    그렇게 북·중·러에 ‘더러워도 평화’를 외치면서도 일본에는 “군사적 적성(敵性) 국가”라며 적대감을 드러냈다. 한일 정상회담을 “화해를 간청하는 항복식”이라 하고, 총선을 “신(新)한일전”에 비유했다. “자위대 군홧발” 운운하며 북 위협에 대응한 한·미·일 연합 훈련을 ‘친일 국방’으로 몰았다. 한미 동맹은 한·미·일 가치 연대의 토대 위에서 작동한다는 기본 사실조차 부정한 것이었다. 우방국과 함께 자유 민주 진영에 서서 싸웠던 태극기의 의미를 이 대표는 못 보고 있었다.

     

    태극기는 피로써 나라를 지킨 조국 수호의 상징이다. 이 대표는 당대표 취임 후 천안함·연평해전 전사자를 기리는 ‘서해 수호의 날’ 행사에 2년 연속 불참했다. 재작년엔 기념식 대신 울산에 가서 한미 정상회담을 “굴욕 외교”로 공격했다. 그날도 이 대표 가슴엔 태극기가 선명했다.

     

    그렇게 순국 장병을 무시하고 ‘더러워도 평화’와 ‘두 손 모아 셰셰’를 외치던 사람이 이제는 태극기의 상징성까지 차지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태극기와 대척점에 섰던 과거에 대해선 반성도, 한 마디 해명도 없다. 진정성 없는 위장 우클릭이란 뜻이다. “존경한다고 하니 진짜인 줄 알더라”던 그 유명한 어록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2025년 1월 25일 조선일보 박정훈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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