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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세상,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감사를 생각하며낙서장 2026. 4. 17. 16:01
IMF가 한참이던 1998년 말, 반평생을 몸담았던 직장 ‘한전’을 떠나던 날이 생생합니다. 정든 터전을 떠나며 처음 마주한 감정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막막함과 걱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멈춰 서서 지나온 인생을 되돌아보니, 제 삶은 사실 매 순간이 기적이었고 감사의 연속이었습니다.
1942년 용인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저는 학교 문턱조차 넘기 힘들었던 어려운 시절을 보냈습니다. 정식 중학교도 안다닌 제가 기적적으로 관비라는 국가 장학금으로 특목고를 졸업하고 체신부산하 기관에서 주경야독으로 생활했으며 다시 한전에 입사하여 그덕분에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능력과 위치에서 맡은 소임을 다했던 것은 은혜였습니다.
퇴직 후, 제가 받은 그 은혜를 조금이라도 사회에 환원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2002년, 예순이 넘은 나이에 코이카(KOICA) 해외봉사단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주변의 걱정도 많았지만, 저는 스리랑카로 건너가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최고령 봉사자로 선발되어 언론에 소개되는 과분한 영광도 누렸고, 그 진심이 닿았는지 2017년에는 대한민국 봉사대상 국무총리 표창이라는 큰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누군가를 돕는다고 시작한 일이었지만, 결국 그 선의는 부메랑이 되어 저에게 돌아왔습니다. 남에게 베푼 작은 노력이 오히려 저를 더 건강하게 만들었고, 제 노년을 그 무엇보다 활기차고 의미 있게 채워주었기 때문입니다.
요즘 저는 랄프 왈도 에머슨의 시 <성공이란 무엇인가>의 한 구절을 가슴에 깊이 새기며 삽니다.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더 쉽게 숨 쉴 수 있었음을 아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이 구절을 접했을 때의 그 벅찬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저는 남은 생 동안,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아름다워지는 데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간구하며 무언가를 바라는 기도도 귀하지만, 각자에게 주어진 ‘달란트’를 기꺼이 나누며 더 좋은 세상을 위해 헌신하는 삶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내가 뿌린 감사의 씨앗이 누군가에게는 숨 쉴 틈이 되고, 나에게는 다시금 삶의 기쁨으로 돌아오는 이 신비로운 부메랑을 우리 함께 경험하며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2026년 4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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