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마음 한편이 조금 더 따뜻해지는 이유가 있다. 거리 위에 켜진 조명 때문일 수도 있고,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에게는 또 하나의 연말 풍경이 있다. 바로 광화문 광장의 ‘사랑의 온도탑’이다.
올해도 그곳을 찾아가 보려고 나섰다. 가기 전, 잠시 시청 도서관에 들러 대출했던 책을 반납했다. 그리고 천천히 발걸음을 광화문 쪽으로 돌렸다. 겨울바람이 차가웠지만, 마음은 어느새 조금 따뜻해지고 있었다.
올해도 세워진 ‘사랑의 온도탑’
광장 한가운데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희망2026 나눔캠페인’ 온도탑이 당당히 서 있었다. 1%의 기부가 모일 때마다 수은주가 1도씩 오르는 구조. 올해 목표는 4500억 원. 그런데 시작 첫날부터 삼성과 주요 금융그룹의 기부로 벌써 1300억 원, 즉 28.9%가 채워졌다고 한다.
작년에도 목표보다 무려 389억 원이나 더 모였었다. 4896억 원이라는 숫자 뒤에는 수많은 익명의 손길, 조용한 마음, 따뜻한 눈물이 함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아, 아직 이 세상은 살 만하구나, 참 아름답구나.”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든다.
학생들과 함께한 작은 참여
온도탑 주변은 평일임에도 제법 활기찼다. 특히 학생들이 ‘열매둥이 공’을 들고 기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호기심인지, 참여의 기쁨인지, 아이들의 얼굴에서는 밝은 기운이 흘러넘쳤다.
어떻게 참여하는지 궁금해 혼잣말을 하자 곁에 있던 학생들이 “저희가 도와드릴까요?”라며 다가왔다. 순간, 그 작은 친절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아이들의 안내에 따라 카드를 기계에 넣자 3천 원이 자동 기부되고, 동글동글한 ‘열매둥이 공’이 톡 하고 나왔다. 나는 거기에 조용히 현금도 조금 더 보탰다. 누군가를 위해서라기보다 내 마음이 평안해지기를 바라는 작은 기도 같은 마음이었다.
이 작은 마음들이 모여 만드는 세상
광화문 광장에서 느낀 것은 거창한 감동이 아니다. 그저 작고 조용한 선의(善意)가 모이면 세상이 얼마나 따뜻해질 수 있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누군가는 큰 금액을 낼 것이고, 누군가는 겨자씨만큼 작은 금액을 낼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의 비유처럼, 겨자씨도 심기면 나무가 되고, 그 그늘 아래 또 다른 생명들이 쉬어간다.
나 역시 큰일을 하겠다는 마음은 없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내가 느낀 감사를 조금이라도 나누고 싶었다.
그리고 믿는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고, 서로를 배려하고, 조금씩 마음을 기부할 때 이 세상은 분명 더 아름다워질 것이라는 것을.